ADVERTISEMENT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시설 만든다는데…공연계 갈등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 24일 국립극단 앞마당에서 정부의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이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항의 집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24일 국립극단 앞마당에서 정부의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이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항의 집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서울역(옛 서부역 방향) 앞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계획을 두고 공연예술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공간을 사용 중인 연극계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무용·뮤지컬·음악계 등 다른 분야도 제각각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낸다.

문체부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 1번지 일대 7904㎡ 부지에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에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100·200·300석) 등 공연시설과 문화시설, 민간 수익시설(식당·카페 등)을 갖춰, 2026년까지 총 사업비 1244억원을 들여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연극계는 국립극단이 12년간 일궈온 고유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다. 2010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극단은 옛 기무사 수송대 부지에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등 공연시설을 조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창·제작을 해왔다. 여러 장르가 뒤섞인 복합문화시설이 아닌, 국립극단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공공극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공연예술 분야는 정부 계획을 반긴다.

공연계의 이런 동상이몽은 지난 24일 문체부가 마련한 3차 공청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월 1차(연극계), 지난달 25~26일 2차(각각 연극계, 무용·음악·뮤지컬계)에 이어 세번째 자리였지만, 이견이 좁혀지기는커녕 고성이 오갈 정도로 갈등이 심화했다.

연극계 관계자들은 “연극계가 오랫동안 어렵게 사용해온 공간을 사전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분배하겠다는 발상이 당황스럽다”(심재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공연 도중 비가 오면 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공연하는 상황을 10여년 겪어왔다. 국립극단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게 안타깝다”(오수경 한국연극학회 회장) 등의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반면 “무용계는 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 때마다 참여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단 하나의 전용 극장도 없다” “콘텐트 공급자 입장보다 수요자인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게 공공의 역할 아닌가 싶다” 등 무용계·뮤지컬계에선 문체부 사업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문체부가 장르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거셌다.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문체부가 무용계, 음악계 등 타 장르와의 잇단 간담회를 개최해 마치 연극계가 장르 이기주의를 외치는 듯 갈등을 조장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27일에는 ‘연극인 대토론회’를 열고 “문체부는 이미 결정했으니 강행하겠다는 생각을 멈추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2013년 국립극단이 실시한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한 전문가 의견 수렴부터, 예비타당성 조사(2014년), 민자 적격성 검토(2018년), 국회 한도액 승인(2020년) 등을 거쳐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는 입장이다. 연극계가 우려하는 BTL 방식에 대해서는 “민간에서 건설에 돈을 투입하는 것뿐이지 실질적으로 문체부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