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순우 패기, 조코비치도 진땀 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한국 테니스의 희망 권순우가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만나 2세트를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세계 랭킹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는 “수준 높은 테니스를 보여준 권순우는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칭찬했다. [EPA=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희망 권순우가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만나 2세트를 따낸 뒤 환호하고 있다. 세계 랭킹 3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는 “수준 높은 테니스를 보여준 권순우는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칭찬했다. [EPA=연합뉴스]

“그가 3세트를 따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노박 조코비치(세계랭킹 3위·세르비아)는 윔블던 테니스 1라운드에서 권순우(81위)와 맞대결을 펼친 뒤 이렇게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톱 시드인 조코비치는 27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첫날 남자 단식 1회전에서 2시간 27분의 접전 끝에 권순우에 3-1(6-3, 3-6, 6-3, 6-4)로 진땀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경기에서 권순우같이 재능 있는 선수를 만나면 어렵다. 힘든 경기였다”며 “수준 높은 테니스를 보여준 권순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조코비치는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 로저 페더러(96위·스위스)와 함께 세계 테니스 ‘빅3’로 불리는 수퍼 스타다. 윔블던 우승만 6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은 20차례나 차지했다. 나달(22회)에 이어 역대 메이저 우승 공동 2위(페더러)다.

이날 승부처는 1-1로 맞선 가운데 벌어진 3세트였다. 과감한 공격으로 2세트를 따낸 권순우는 더욱 거세게 조코비치를 몰아붙였다. 당황한 조코비치는 권순우의 샷을 받으려다 코트에 쓰러져 나뒹굴기도 했다. 둘은 6게임까지 3-3으로 시소게임을 벌였다.

하지만 권순우는 경험 부족으로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3-4로 뒤진 8게임에서 조코비치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반면 베테랑 조코비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갈수록 샷이 날카로움을 더했다. 5-3으로 달아난 조코비치는 강서브를 연달아 성공하며 3세트를 6-3으로 끝냈다. 이후엔 조코비치가 권순우를 압도했다. 4세트에서 권순우의 3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권순우는 톱 시드를 배정 받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예상 밖 접전을 벌였다. 3세트 도중 샷을 받으려다 넘어진 조코비치. [AP=연합뉴스]

권순우는 톱 시드를 배정 받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예상 밖 접전을 벌였다. 3세트 도중 샷을 받으려다 넘어진 조코비치. [AP=연합뉴스]

권순우는 비록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조코비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권순우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7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했다. 조코비치는 15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윔블던 센터 코트를 가득 메운 관중은 경기를 마치고 코트를 떠나는 권순우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조코비치가 윔블던 (조기 탈락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권순우에 대해 “까다로운 상대”라고 평가했다. 권순우는 조코비치와 통산 상대 전적에서 2전 2패를 기록했다. 그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3라운드다. 권순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음에는 넘긴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권순우의 윔블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랴즈 베데네(슬로베니아)와 조를 이룬 권순우는 남자 복식 1회전에서 서나시 코키나키스-닉 키리오스(이상 호주) 조와 대결한다.

힘겹게 1회전을 통과한 조코비치는 대회 7번째 우승과 4연패, 그리고 21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 우승을 휩쓸었지만, 올해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타이틀을 라이벌 나달에게 내줬다. 조코비치는 코키나키스(82위)와 2회전을 치른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남녀를 통틀어 윔블던에서 80승 고지를 밟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는 “어린 시절부터 윔블던에서 뛰는 꿈을 꿨다. 이곳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더는 젊은 선수로 불리진 않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80승을 이뤘으니, 이제 100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