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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뛰는 '핵관' 권성동·장제원…그뒤엔 尹 '원전 세일즈' 특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를 탄다. 30일 열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신임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경축특사단’ 자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환송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환송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형수ㆍ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김선교ㆍ서일준ㆍ이주환ㆍ배준영 의원 등도 동행한다. 특사단은 윤 대통령의 친서를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전달한 뒤 7월 2일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의 필리핀행엔 경축특사 역할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 공전 상황에서 야당의 비판을 감수하고 그가 직접 특사단을 이끄는 건 윤 대통령의 ‘특명’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특사단은 필리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와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특사단 관계자는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원전 관련 얘기가 나올 수 있고, 필리핀 하원의장과 관련 면담도 조율 중”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필리핀에 오래전 완공된 뒤 가동되지 않는 원전이 있는데, 이걸 재가동하기 위한 정비 작업을 우리가 수주할 예정이어서 필리핀 측과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일종의 원전 세일즈”라고 전했다.

특사단이 언급한 원전은 40여년 전 공사가 중단된 필리핀 바탄(Bataan) 원전으로 추정된다. 이 원전은 197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하다가 미국 원전 사고 여파로 공사가 중단됐는데, 최근 원전 추진에 적극적인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으로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년 바탄 원전 재개 사업 수주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필리핀 에너지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사단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 자체는 큰 이익을 보는 사업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업을 수주해 한번 물꼬를 트면 자연스레 다른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원전 사업 재개를 국가 에너지 정책에 포함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는데, 향후 활발하게 원전 건설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포럼 대표를 맡은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포럼 대표를 맡은 장제원 의원.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 차례 파견한 특사단이 모두 원전 공략에 방점을 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중순 별세한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군주에 대한 조문사절단 자격으로 UAE에 방문했다. 장 의원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락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원자력, 방산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달 초에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유럽연합(EU) 특사 자격으로 벨기에와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이후 윤 대통령에게 EU의 원전 가동상황 등에 대해 보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의 경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박영준 차관(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전 총리실 국무차장)등을 앞세웠던 자원외교와 ‘원전 세일즈’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같은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특사단 관계자는 “상대 국가에서도 특사의 면면을 보고 어떤 정보를 주고받을지 판단하는데,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가야 신뢰관계도 쌓이고 세일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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