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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로들 "전대 출마 하지마라"…이재명 즉답 피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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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민주당 원로들에게 사실상 전대 불출마를 요청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거취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3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권노갑(92)ㆍ김원기(85)ㆍ임채정(81)ㆍ정대철(78)ㆍ문희상(77) 등 민주당의 상임고문 다섯명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논의의 핵심은 “전대에 출마하는 것이 당의 단합과 단결을 위한 필요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권노갑 고문은 오찬을 마친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문들은 한 목소리로 '너무 가까운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긴 미래를 내다보면서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모두가 출마가 이르다는 공감대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김원기ㆍ임채정 고문도 본지에 “전당대회가 계파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상임고문단 정동영, 문희상, 권노갑, 우상호 비대위원장, 김원기, 박병석, 이용득, 이용희 상임고문(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앞서 “민주당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상임고문단 정동영, 문희상, 권노갑, 우상호 비대위원장, 김원기, 박병석, 이용득, 이용희 상임고문(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앞서 “민주당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원로들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를 구체적으로 들며 “지금은 당대표가 아니라 먼저 초선 의원으로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아야할 시점”이라는 쓴소리를 했다.

권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으로 국민을 감동시켰고, 노 전 대통령도 의정활동을 통해 대통령이 됐다”며 “이 의원은 당의 중진이나 간부를 한 적이 없고, 장관도 안 해봤는데도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 먼저 1등 국회의원이 되는 게 오히려 대통령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도 “지금 전대에 나가는 것은 당과 본인에게 득(得)이 될 게 하나도 없다”며 불출마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밖에 “주변에 강성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의 얘기에만 귀기울이지 말고, 당과 국민 전체를 보고 가야한다”는 말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개딸(개혁의 딸들)’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자들에 휘둘리는 ‘팬덤정치’를 경계한 말이다.

[사진 이재명 의원 트위터 캡처]

[사진 이재명 의원 트위터 캡처]

당내 최고 원로 그룹의 일치된 불출마 요청에도 이 의원은 이날 똑부러진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원로들의 조언을 들은 뒤 “전대 출마가 저에게 오히려 해(害)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결정을 말하긴 어렵지만, 고견을 충분히 듣고 가슴에 새기겠다”고 답했다.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에 대해 원로들은 “명확한 답은 없었지만, 이 의원이 결국 불출마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권 고문은 본지 통화에서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으니,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모든 고문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대에 반한 결정을 할 가능성은 없느냐’고 재차 묻자 “당과 본인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오찬에 대해 당내에선 “출마의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이란 평가가 많다.

친(親)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심을 청취해보니 ‘민주당의 지도자감이 안 보인다’고 한다”며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내가 안 할 테니 너도 하지 말라, 네가 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한다, 누구는 책임 있으니 나오지 말라’고 하는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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