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앤츠랩]공모가에 근접한 하이브, 팬심 빼고 냉정하게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정신 못 차리게 어지러운 6월의 증시.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진 종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이브. 14일 저녁 방탄소년단(BTS)의 ‘단체활동 잠정 중단’ 발표 이후 주가가 38%나 빠져서, 주가가 2020년 10월 IPO 당시 공모가(13만5000원) 수준에 근접했는데요. 미처 탈출하지 못한 주주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앤츠랩은 올해 3월 9일 하이브 분석에서 ‘올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성장세가 2023년에도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며 개미평점 3.5마리를 줬는데요. 어라, 당장 올해 하반기가 큰일!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하이브를 다시 들여다 봅니다.

하이브 본사 사옥. 뉴스1

하이브 본사 사옥. 뉴스1

28만2000원. BTS의 팀활동 잠정 중단 소식이 알려진 뒤에 나온 애널리스트 보고서 7건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입니다. 최저 25만원~최고 31만원이고, 기존 목표주가와 비교하면 30% 정도를 깎았는데요. BTS가 올 하반기에 대규모 월드투어로 벌어들일 공연매출 약 2000억원이 싹 날아가버린다고 봤기 때문이죠. 여기에 오프라인 콘서트가 열리면 급증하는 굿즈 판매 매출과 BTS 팀 차원의 광고 매출도 함께 사라져 버림.

그럼에도 증권가는 여전히 ‘매수(Buy)’ 의견을 유지 중인데요.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 ‘시장이 과민반응한다’고 보는 거죠. 워낙 장이 안 좋다보니 악재(팀 활동 잠정 중단)가 부각되는데, 그렇게까지 난리칠 일은 아니라는 해석. 오히려 ‘롱런을 위한 재정비(NH투자증권)’, ‘더 오래 가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베스트증권)’이란 희망 섞인 분석마저 나오는데요.

 6월 14일 유튜브로 공개된 BTS의 '찐 방탄회식' 영상. 이 영상에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개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6월 14일 유튜브로 공개된 BTS의 '찐 방탄회식' 영상. 이 영상에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개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하지만 우리는 BTS 팬이 아니라 하이브 주주 입장이잖아요? 팬이라면 ‘개별활동 응원해요. BTS 포에버~’라고 하겠지만 주주는 다릅니다. 하이브는 주가수익비율(PER) 30배에 달하는 성장주이죠. ‘하이브의 이익 성장세가 BTS 팀 활동 없이도 이어질 수 있느냐’를 좀더 냉정하게 따져봐야죠.

①BTS는 어차피 군대 갈 거였다?

어차피 병역특례 법 개정이 안 되면 멤버들 군대 가서 팀 활동 못할 텐데, 잠정 활동 중단 선언이 뭐 그리 대수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올 것이 왔을 뿐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이전까진 하이브 주가엔 군 입대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돼있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래도 병역법 개정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고, ‘BTS 멤버 7명이 동시입대를 하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힘을 받았기 때문이죠. 만약 동시입대해서 모든 활동 올스톱했다가 18개월 뒤 완전체로 돌아온다는 보장만 있다면, 군입대로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컴백 기대’로 다시 금방 회복될 테니까요.

하지만 BTS 멤버들이 개별활동에 나선다고 선언한 지금 와서는 다 헛된 상상일 뿐. 만약 멤버 모두가 나이를 꽉 채워서(만 30살) 입대한다면? 7년 뒤에나 BTS 7명의 결합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하이브의 BTS 계약 기간은 2024년까지.

②BTS 개별활동으로 만회하면 된다?

BTS 개별활동으로 팀 실적의 일부, 어쩌면 상당 부분을 만회할 수 있을 거란 낙관론도 나옵니다. ‘팬들이 BTS 앨범 1장 사던 걸 멤버 당 1개씩 7장 사게 될 수 있다’는 해석인데요. BTS 멤버 한명 한명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건 사실. 멤버 중 제이홉이 7월쯤 솔로앨범을 발매하는 걸 시작으로 개별활동이 본격화돼죠.

BTS 멤버 제이홉. 중앙포토

BTS 멤버 제이홉. 중앙포토

당연히 BTS가 아닌 개별 아티스트로서도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지만, 차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개별활동=7배 음반판매량? 그러면 대박이지만, 그럴 확률이 상당히 낮은 건 사실이죠. BTS 멤버가 그룹 엔싱크 출신 저스틴 팀버레이크처럼 된다는 보장? 솔직히 없잖아요.

YG엔터테인먼트를 봐도 블랙핑크 멤버 개인활동(제니, 리사, 로제의 솔로 음반 발매)이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주가를 견인하는 힘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블랙핑크 완전체 컴백’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하이브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③뒤 이을 후계 아이돌 그룹들이 잘 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하이브 주가의 큰 변수는 이겁니다. ‘넥스트 BTS’를 만들 수 있느냐. 하이브 상장 당시(2020년 10월) 전체 매출 중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87.7%였죠. 이후엔 공식적으로 수치를 공개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매출의 60% 이상을 이끌고 있을 걸로 추정합니다.

특정 아이돌 그룹이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건 엔터기업에선 흔한 일이죠. 과거 JYP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상반기 기준 2PM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었는데요. 멤버들의 군입대도 다가오고 있어서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2014년 갓세븐, 2015년 트와이스가 잇달아 데뷔하면서 고비를 넘겼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상장(2011년) 이전부터 일부 멤버 군입대(2017년) 전까지 빅뱅이 매출의 70% 안팎을 담당했는데요.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가 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주가가 살아나기 시작했죠. 현재는 YG엔터테인먼트 매출의 80%를 블랙핑크가 올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이브의 보이그룹 세븐틴. 멤버는 총 13명. 연합뉴스

하이브의 보이그룹 세븐틴. 멤버는 총 13명. 연합뉴스

하이브에는 BTS 외에 세븐틴, TXT(투머로우바이투게더)라는 보이그룹이 있죠. 설마 처음 들어보셨나요? 각각 올 1~5월 음반판매량 1, 2위를 나란히 차지한 핫한 그룹인데. 세븐틴은 특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

또 지난 5월 데뷔한 걸그룹 르세라핌에 이어, 하반기에도 신인 걸그룹과 일본 보이그룹이 차례로 데뷔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BTS급으로 키우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죠. 그래도 ‘BTS를 키워낸 경험이 있다’+‘아티스트 다변화전략이 아직까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라는 점은 비교적 긍정적.

④게임과 위버스 2.0 같은 신사업으로 레벨 업? 

하이브는 자회사(하이브IM)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인더섬 위드 BTS'를 이달 말 오픈하죠.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한 위버스 2.0도 7월에 열고요. 이런 신사업이 빵빵하다는 게 그동안 하이브가 다른 엔터주와 차별화해 높은 평가를 받는 점이었는데요(그냥 연예기획사가 아니야~).

모바일 게임 '인더섬 위드 BTS' 속 BTS 캐릭터.

모바일 게임 '인더섬 위드 BTS' 속 BTS 캐릭터.

문제는 게임도, 위버스도 결국 BTS 팬덤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인더섬 위드 BTS는 BTS 멤버를 본따 캐릭터로 만든,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느낌의 모바일 게임인데요. 공개한 지 사흘 만에 100만 건 사전예약을 받았다고 하죠. 그런데 과연 BTS 팬이 아닌 유저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지금으로선 좀 회의적입니다. 신사업조차 그 흥행이 BTS 달려 있다면 팀 활동 중단은 신사업 확장의 발목도 잡을 수 있는 거죠.

주가를 판단할 땐 당장 올해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이익 성장률이 더 중요하죠. 하이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현재 약 30배에 달하는데요. 이는 곧 하이브란 기업을 시가총액을 주고 샀을 때, 하이브의 순이익이 올해 수준으로 쭉 지속된다면(=성장이 없다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30년이나 걸린다는 뜻입니다. 30년쯤이야,라며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없겠죠. 순이익이 쭉쭉 늘어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니까 투자하는 겁니다.

문제는 그 잠재력의 핵심인 BTS 팀 활동이 흔들리는데,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줄 만한 무언가를 회사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미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올해보다 크게 감소(각각 -17.5%, -26.8%)할 거란 내용을 담은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6월 23일, 키움증권). 성장을 멈추다 못해 쪼그라드는 성장주라면? 조심해야 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숫자로 잠재력을 다시 보여줄 때까지는 조심!


※이 기사는 6월 2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