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앤츠랩]실적 반등 확실…불황에 강하다? 카지노주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2.06.20 07:00

불황이 올 때마다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면 도박장 매출이나 복권 판매가 는다는 겁니다. 일자리도 소득도 줄고, 노력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게 불황이니, '한방에 인생 역전'을 바라는 심리가 확산하는 거죠.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 1월 화투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6%, 같은 기간 로또 복권 판매액도 14% 늘었습니다.

그래서 카지노주는 불황에 강하다는 분석도 있죠. 경기도 어려운데 사람들을 도박장으로 인도하니 '죄악주'라고도 일컫습니다만, 다 큰 성인이 자기 책임으로 짜릿함을 즐기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강원랜드가 자체 개발한 슬롯머신 KL Saberi(사베리). 연합뉴스

강원랜드가 자체 개발한 슬롯머신 KL Saberi(사베리). 연합뉴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면에서 인생 역전 꿈꾸러 오라고 영업 제한까지 풀렸으니. 고객은 잃는 돈이 많아질 지 모르지만, 회사 입장에선 좋아질 일만 남은 곳. 구독자 lin****@gmail.com님께서 의뢰하신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회사GKL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카지노 회사는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첫째, 입장 고객이 많아져야 하고, 그렇게 입장한 고객이 돈을 많이 잃어야 하죠. 이동통신사처럼 5G 가입자가 늘거나, 1인당 통신요금을 많이 써야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카지노 회사 실적도 앞으로 입장객 수가 어떻게 변할지, 입장객 1명당 매출액(ARPU)이 늘어날지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죠.

그래픽=전유진

그래픽=전유진

먼저 입장객 수. 내국인이 유일하게 갈 수 있는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1998년 설립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입장객이 늘어 왔습니다. 매년 300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 2018년엔 워터파크 개장으로 가족 단위 입장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 밖으로 300만명 아래로 줄었죠.

당시 정부가 인기가 높은 바카라·블랙잭 등 게임 테이블을 기존 200대에서 180대로 줄이고 영업시간도 기존 20시간에서 18시간으로 줄이게끔 했습니다. 한 분기에 30일 이상, 두 달 연속 15일 이상 도박하러 오는 '죽돌이'와 '죽순이' 출입을 제한하는 규제도 만들었습니다. 사행산업을 건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죠.

규제가 생겼지만, 입장객 1명당 잃고 가는 돈, 즉 ARPU는 2011년 39만8000원에서 2019년에는 51만2000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카지노장 면적이 2012년에 한 번, 2019년에 또 한 번 늘면서 고객 회전율이 좋아진 여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무래도 카지노장이 넓어지면 줄도 덜 서고 여유 있게 앉아서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카지노는 줄서지 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어야. 셔터스톡

카지노는 줄서지 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어야. 셔터스톡

그러다 입장객 수가 곤두박질친 건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문. 올해 1분기까지 계속 어려움을 겪다 4월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드디어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1분기 일평균 카지노 방문객은 3900명 수준이었는데, 5월 1주차에 들어서는 5400명까지 증가했죠. 올해에는 루지 트랙과 탄광문화관광공원 등 리조트 시설 투자에 33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 앞으로 입장객은 우상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증권가가 강원랜드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4월부터 영업이 정상화하면서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점. 2018년에 줄였던 게임 테이블 20대를 다시 가동하게 됐고, 굳이 한정된 좌석에 앉을 필요 없이 일어서서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드 베팅도 허용됐습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게임장 체류 인원(동시입장인원)을 1200명으로 제한한 조치도 없어졌습니다. 영업 정상화에 힘입어 이번 달부터 코로나 이전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리란 관측도.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3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영업이익도 2749억원을 올려 흑자 전환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잦았던 휴장, 이젠 안녕. 강원랜드 제공

잦았던 휴장, 이젠 안녕. 강원랜드 제공

배당 재개 기대감도 있습니다. 강원랜드는 원래 배당 맛집이었는데, 코로나 기간(2020~2021년)엔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서 배당도 못했죠. 이제 실적이 회복되니까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순이익도 남게 마련. 코로나로 피해를 본 레저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부터 배당할 수 있는 기업이 강원랜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도 없다는 점도 장점이죠. 최악의 상황을 이제서야 지났고 불황엔 오히려 도박장을 찾는 사람이 더 늘 수 있다는 얘기, 기억나시죠?

그럼 이런 공식을 GKL과 같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그래픽=전유진

그래픽=전유진

카지노 회사가 돈 벌 수 있는 조건은 뭐다? 입장객이 늘거나, 1명당 잃고 가는 돈이 많거나. 해외여행이 점차 자유화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장객도 차츰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문제는 중국입니다.

GKL의 경우 전체 외국인 고객 국적의 절반이 중국, 20%가 일본, 나머지 30%가 동남아·미국 등 이외 국가들이 차지하는데요. 일본인 관광객은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긴 힘든 상황. 내년에나 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다만 주가는 늘 실적보다 먼저 반영되는 속성이 있으니 중국 관광객 유입 시기를 잘 살펴보고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픽=전유진

그래픽=전유진

어쨌든 입장객이 모여야 돈을 버는 카지노주는 거리두기 조치엔 아주 취약했지만, 재무적으론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강원랜드의 부채비율은 18%, GKL은 39%에 불과합니다. 고객들이 게임을 하고 잃어버리는 게 다 현찰이니 현금흐름도 양호할 수밖에 없죠.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현찰이 풍부한 회사라면 긴축 바람도 타지 않겠고요.

도박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갑자기 부자가 됐다가 또 빈털터리가 됐다가 하는데요. 도박장 운영하는 회사는 이렇게도 안정적입니다. 도박은 돈을 딸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강원랜드에는 재미로만 다니시고, 돈을 벌려면 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게 칩을 사는 것보다 더 낫겠죠.

결론적으로 강원랜드는 6개월 뒤:

결론적으로 GKL은 6개월 뒤:

실적 반등은 확실한데, 시장이 다 알고 있어서 찜찜

※이 기사는 6월 1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