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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스마트폰 던지고 더 강해졌는데…주가는 왜 이래?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07:00

-23.6%, -18.1%. 올해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주가 하락률입니다. 대장이면 이 어려운 장에 버티는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10만전자 간다던 삼성전자는 19개월 만에 5만전자로.

스타워즈 신작 드라마를 활용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LG전자

스타워즈 신작 드라마를 활용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LG전자

연초와 비교하면 시가총액이 100조원가량 증발. 좋은 실적도, 괜찮은 전망도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초대형 악재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합니다.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산맥 LG전자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구독자 bada*****@naver.com님에 제안해 주셨습니다.

지난 6월 17일 LG전자의 종가는 9만3200원. 근근이 버티던 10만원선을 결국 내준 건데요. 2020년 12월 이후 약 1년 반입니다. 올해만 32.5%, 1년 전과 비교하면 39.7% 뒤로 물러섰죠. 지난주 LG생활건강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규칙적인 속도로 우하향하는 그림도 드물다’고 했는데 LG전자도 지난해 연말 약간의 반등 구간을 제외하면 비슷(LG그룹 관계자님들 별 감정은 없어요)합니다.

차이는 있죠. LG생활건강의 후퇴는 실적 부진과 직결돼 있는데요. 중국에서 화장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거기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LG전자는 4분기 실적이 예상에 못 미쳤고, 영업이익이 소폭 줄긴 했지만, 연간 전체 매출이 74조7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 매출 70조원 돌파는 처음입니다.

코드제로 A9S 물걸레 청소기. LG전자

코드제로 A9S 물걸레 청소기. LG전자

기세는 이어졌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5% 증가한 21조1114억원, 영업이익은 6.4% 늘어난 1조8805억원을 기록. 둘 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데요. LG전자 입장에선 좀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20~30%씩 빠지는 하락장에선 실적 하나론 버티기 힘듭니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바닥을 뚫는 건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죠.

반등? 단기적으론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 오히려 실적 부진을 걱정해야 할 타이밍일지 모릅니다. 일단 수요 측면에선 무시무시한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죠. 물가가 오를 땐 샴푸 하나 살 때도 신중해지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TV나 냉장고라면? ‘나중에 사자’ 생각하게 되죠. 샴푸는 떨어지면 당장 사야 하지만 가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경기 둔화도 걱정스러운 포인트.

가뜩이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쓸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죠. 팔더라도 이윤을 많이 남기기 어렵습니다. 철강이나 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상승, 금리 인상 하나같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 제때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좋겠지만 그럼 또 사려는 사람이 줄겠죠. 지난해 주요 제품 가격을 꽤 많이 올렸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조심스러운 시점이기도 하고요.

코드제로 A9S 물걸레 청소기. LG전자

코드제로 A9S 물걸레 청소기. LG전자

환율 상승(달러 강세)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긍정적인 이슈가 없다고 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선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데요. 증시 하강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될진 모르지만 낙폭과대주를 선별하는 중이라면 이름을 올려봐도 좋을 듯.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LG전자는 가전이 돈을 벌고, 스마트폰이나 태양광 같은 신사업이 돈을 까먹는 구조. 가전이 잘 될 때야 그나마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때는 곤혹스러웠죠. 스마트폰이 삼성이나 애플은 물론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에도 밀리면서 가전이 기껏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가 훅훅 떨어지는 부작용도 컸고요.

그래서 과감히 버렸는데 현재로썬 매우 성공적이란 평가. 일단 스마트폰을 안 만들어도 실적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매출은 늘었고, 이익률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됐죠. 그런 가운데 미래의 캐시카우, 전장부품(VS) 부문이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일단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가 있는데요. 뇌 역할을 하는 TCU가 주력인데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내다 팔죠. 이 분야에선 글로벌 1위를 다툽니다.

지난 4월 착공한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 LG마그나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 LG전자

지난 4월 착공한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 LG마그나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 LG전자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합작해 만든 LG마그나(LG 지분 51%)의 전기파워트레인(EPT)과 2018년 인수한 헤드램프 생산업체 ZKW도 있습니다. 아직은 IVI 매출이 70% 정도지만 마그나와 ZKW의 비중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고, 수주 잔고가 넉넉해서 당분간 좋은 흐름이 예상됩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돈 먹는 하마 소리도 안 듣게 될 듯. VS 부문은 1분기 손익분기점(BEP)에 거의 근접했는데요. 올해는 흑자(연간 기준)도 조심스레 기대하는 눈치. 사실 당장의 흑자 전환보다는 덩치를 키우고, 세계 톱 레벨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어중간해서는 이도 저도 안 된다는 걸 스마트폰에서 너무 잘 배운 LG전자.

든든한 자회사, LG이노텍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권 중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일 텐데요. 이노텍하면 카메라모듈이 떠오르는데, 아이폰 고가 모델 비중이 70% 이상인 게 매력이죠.

지난해 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는데 올해도 계속 분위기가 좋습니다. 아이폰13은 출시된 지 꽤 지났지만, 여전히 잘 팔려서 회사는 미소.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며 애플의 핵심 부품사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가을엔 아이폰14가 출격하죠.

차량을 집의 새로운 확장 공간으로 해석해 만든 미래형 모빌리티 옴니팟. LG전자

차량을 집의 새로운 확장 공간으로 해석해 만든 미래형 모빌리티 옴니팟. LG전자

주력인 가전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가는 동시에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데요. 정리해보면 과거보다 훨씬 건강 체질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융 긴축 강화, 주택 경기 및 가전 수요 둔화 등 회사에 불리한 영업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는 증권가의 지적은 새겨둘 만. 이런 악조건이 하나둘씩 해결돼야 주가 측면에서도 반등 기회가 생길 거란 의미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스마트폰 때문에 쩔쩔 매던 시절보단 훨씬 낫다

이 기사는 6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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