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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공경심에서 나온 사랑이라야

중앙일보

입력

김지하의 시는 곧 노래였다. 1980년대 대표적인 운동권 가요 '타는 목마름으로'나 '금관의 예수'가 그의 시를 노랫말로 만들어진 곡들이다. 지난 25일 시인의 49재를 추모문화제로 치른 추진위원회는 이날 김지하 시인의 짧은 시 8편을 공개했다. 시인의 문화운동 후배 임진택 명창에 따르면 1999년 희곡을 써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대신 건넨 작품들이다. 약속했던 희곡은 '세 개의 사랑 이야기'. 사랑에 관한 작품이다. 그런데 보통의 사랑이 아니다. 임진택씨는 "지하 형님이 같이 보낸 시작 메모를 보면, 결국 사람과 만물에 대한 사랑이 세상을 바꾸는 것인데, 여기서 사랑은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들려는 연애 같은 사랑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공경심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을 소개한 짧은 시 '헌화'도 그런 측면에서 감상해야 할 것 같다.

김지하 시인 미발표 시 '헌화'

헌화

뜨겁고
붉은 사랑이로라
이 늙음
아니 부끄리시면
절벽 위
꽃 꺾어
고이 바치리
뜨겁고
붉은
어허, 사랑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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