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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금상승률 G5의 2.6배…“노동비용 증가가 물가상승 압박 요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년간 한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이 주요 5개국(G5)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노동비용이 크게 증가해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한국과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G5의 노동비용 증가 추이를 비교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임금 근로자의 1인당 연간 평균 급여는 2000년 2만9238달러에서 2020년 4만1960달러로 43.5% 증가했다. 구매력평가(PPP)를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G5의 1인당 연간 평균 급여는 4만3661달러에서 5만876달러로 16.5% 늘었다. 한국의 임금 상승률이 G5 평균의 2.6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인구가 3000만 명 이상인 회원국 11개국 중 두 번째로 임금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 노동 생산성·비용 지수가 공시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제조업 근로자의 1인당 노동비용은 88.2% 증가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73.6% 느는 데 그쳤다. 노동생산성은 실질 총부가가치를 총 근로자수로 나눈 값이다.

같은 기간 G5의 평균 노동비용 증가율과 노동생산성 지수 상승률은 각각 36.1%, 30.8%였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1인당 노동비용 증가율과 노동생산성 간 증가율 차이는 14.6%포인트로, G5 평균(5.3%포인트)보다 높았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더 나아가 최근 5년(2016∼2021년)간 한국의 최저임금이 44.6% 상승하면서 G5 평균(11.1%)의 네 배여서 노동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경연은 진단했다.

이러한 노동비용 증가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경연이 2011∼2021년 국내 상장사 1369개사를 분석했더니 이 기간 인건비 증가율은 54.5%로, 매출 증가율(17.7%)의 3.1배에 달했다.

인건비가 늘어난 데는 직원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같은 기간 직원 수가 4.7% 증가(2011년 119만6000명→2021년 125만2000명)한 것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임금 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경직적인 노동법제와 호봉급 방식의 임금 체계로 기업들에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지웠다”며 “성과, 생산성 등에 연동되지 않은 임금 인상은 인력 운용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최근의 물가상승 압박을 더 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과 자본, 원자재와 유가 등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이는 실질 구매력을 저하시켜 임금교섭 때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도미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그래서 물가 안정과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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