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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추적, 벌써 억대 적발”…광안리 ‘불법 공유숙박’ 끊을 원팀 떴다

중앙일보

입력

부산 남부경찰서 오피스텔 불법 공유숙박 근절 캠페인. 사진 부산 남부경찰서

부산 남부경찰서 오피스텔 불법 공유숙박 근절 캠페인. 사진 부산 남부경찰서

“어렵게 단속해도 고작 벌금 70만원, 허탈했죠”

지난해 6월 13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맞은편의 한 신축 오피스텔. 수영구청 공무원 2명이 이 건물 8층에 있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일반 오피스텔로 분양된 건물인데, 매번 못 보던 사람들이 드나드는 데다 밤 늦게까지 방에서 고성이 이어지는 등 불법 숙박 운영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돼서다.

하지만 방 안에서 술을 마시던 일행 4명 가운데 20대 남성 A씨가 나서 “내가 집주인이다. 친구들이 놀러 와 소란스러웠는데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심되는 정황이 많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공무원들은 멋쩍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영구 관계자는 “불법 숙박업에 대해 출입금지나 단수·단전 등 조치할 권한은 지자체에 있지만, 오피스텔 특성상 실거주자와 투숙객을 구분하기 어렵고, 의심스럽더라도 직접 확인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송봉근 기자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송봉근 기자

이런 사정 때문에 에어비앤비 등을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오피스텔 불법 숙박을 적발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게 수영구 측의 설명이다. 계약 단계에서부터 “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경찰·구청에 넘기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업주도 있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 관계자는 “투숙객은 혹시나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진술이나 신고를 꺼린다. 비용이나 객실 배정 등 갈등으로 투숙객이 업주를 직접 신고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오피스텔 불법 공유숙박을 직접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어렵게 적발하더라도 처분이 가볍다는 점 또한 불법 숙박 문제를 근절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시가 최근 3년간 미신고 불법 숙박업을 적발한 35건 중 25건(75%)이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부과된 벌금 액수는 70만~150만 원이다. “매년 여름 피서객 700만 명이 몰려드는 광안리에서 성수기 영업만 하더라도 메울 수 있는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끝까지 추적” 경찰·세무서 원팀, 억대 적발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경찰과 구청, 세무서가 지난 17일 ‘불법 공유숙박 근절 업무협약(MOU)’을 했다. 전국 최초로 맺어진 협약은 수사권을 지닌 경찰과 과세 주체인 세무서의 공조에 초점이 맞춰진다. 부산 남부경찰서 경제6팀이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불법 공유숙박 수사를 전담하고, 이를 통해 확인된 업주 정보를 수영세무서에 넘겨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수영세무서 측은 “그간 벌금 이외에는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불법 공유숙박업의 부당소득에 추가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연합뉴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연합뉴스

이미 남부경찰서가 불법 공유숙박 사례 16건의 관련 정보를 수영세무서에 넘겨 과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업주가 한 달에 200만~700만 원 수준의 부당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확인된 부당소득 합계는 4억 원에 이른다. 만약 불법 공유숙박으로 1000만 원을 벌었다면 우선 부가가치세 10%에 더해 신고불성실 가산세(세액의 20%) 등 세금 120만 원을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6%(1200만 원 이하)~45%(10억 원 초과)까지 부과될 수 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불법 공유숙박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중위생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도 원팀 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2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던 기존 벌칙 규정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봉균 부산 남부경찰서장은 “수사와 과세, 행정 처분을 담당하는 기관이 협력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불법 공유숙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협약을 제안한 것”이라며 “오피스텔 불법 공유숙박업은 부당소득 이외에도 투숙객 안전 관리, 입주민 피해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철저한 단속과 수사로 피해를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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