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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J는 지원말라" 공고까지…전문가 경고한 'MBTI의 함정'

중앙일보

입력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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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는 과학이죠.”

성격 유형 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유행이 이어지면서 단순히 재미와 흥미를 넘어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로 이용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소개팅이나 회식 자리 뿐 아니라 면접에서까지 MBTI를 물어봤다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아예 MBTI 결과로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둔 곳도 있다. 한 구인사이트에서는 “MBTI를 보고 뽑는다. INTJ인 분들은 지원 불가다”라는 채용공고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연 MBTI는 과학일까.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MBTI 검사 결과에 과몰입하는 현상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MBTI 결과를 맹신해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품거나 쉽게 판단하면 상대의 실체와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MBTI 검사 과몰입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MBTI, 칼 융의 분석심리학 토대로 만들어져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병원 제공]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병원 제공]

MBTI는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만든 성격 유형 검사다.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측정되며 일반적으로 93개 혹은 144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해당 검사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칼 융은 인간의 의식 속에 사고(T)ㆍ감정(F)ㆍ감각(S)ㆍ직관(N)이라는 4가지의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고 봤다. 브릭스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이 기능을 갖고 있지만, 사람마다 발달한 정도가 다르므로 개인별 성격 차이가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MBTI도 총 4가지 범주에서 성격 유형을 각각 두 가지로 분류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관념적인 직관(N) ▶분석적이고 객관적 사고(T)-공감적인 성향의 감정(F)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판단(J)형-자유분방한 성향의 인식(P)이 있다. 이렇게 4가지 지표에서 각각 하나씩을 선택해 나열하면 ‘ISFP’ ‘ENTJ’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 조합들이 합쳐지면 총 16개의 조합이 나온다.

의학계 “16가지로 성격 구분 어려워”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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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과학적인 분석 과정이라 볼 수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MBTI 검사 자체의 한계점이 있다고 본다.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이 16가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 중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쪽 특성이 현저하지 않으면 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기가 검사하고 채점하는 경우 자신이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실제 성격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MBTI로 판단하는 성격 유형은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인격 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해당 검사는 성격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검사’는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에 대해서 구분해 측정한다. ‘BFI(Big 5 Inventory)’는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등의 5가지 측면의 성격을 평가하는 척도가 있다.

오주영 교수 “맹신 안 돼…참고 자료 정도여야”

오 교수는 “MBTI 테스트는 검사 자체에 여러 한계가 있으므로 성격 유형을 구분하고 상대방의 성격을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MBTI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서 가볍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과를 너무 맹신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갖거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자신의 성격 역시 MBTI로 평가된 하나의 틀 안에 가두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성격적 특성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참고 자료로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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