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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파티 끝내려면 ‘낙하산’ 근절부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4호 30면

공기업 절반,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여기는 정치권

기득권 노조, 부처 이기주의도 함께 끝내야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공기관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2007년 근거법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298곳에 그쳤지만 현재 350곳까지 불어났다. 특히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등으로 공공기관 29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부채는 82조원 늘어난 583조원에 달했다. 현재 인력은 44만 명, 예산은 761조원이다. 공공기관 예산이 국가 예산의 1.3배에 달한다.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나빠졌다.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공기업 36곳의 1인당 영업이익이 2017년 9900만원에서 지난해 150만원으로 98.5%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공기업이 전체 공기업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직원 보수는 줄지 않았다. 지난해 이들 공기업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095만원으로 5년 전보다 소폭(3.25%)이지만 늘었다. 복리후생도 좋다. 지난해 정규직 1인당 300만원 넘게 복리후생비를 받은 공기업은 강원랜드(428만원) 등 8곳이었다.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을 강조한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비대해진 공공부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다. 호화 청사 매각 등을 한 방법으로 거론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공공개혁의 핵심일 수는 없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가 발 빠르게 공공기관의 호화청사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사옥을 사무실 공간 면적 등의 일률적인 잣대로 ‘호화 청사’로 판단해 매각이나 재임대를 압박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자칫 변죽만 울리다 개혁의 본질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방만경영은 공공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여기고 낙하산을 꽂는 정권, 기득권 보호에만 신경 쓰는 공공기관 노조, 퇴직 후 갈 자리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부처 공무원들의 이해가 얽혀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2010년 공공기관 선진화 백서』에서 “숫자와 시간의 우위를 함께 지닌 노조의 권능에 비해 5년 단위 정부가 임명해온 정치적 기관장의 권능은 취약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적당한 타협으로 노조와 낙하산 기관장과 정부 부처가 밀월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대로 된 기관장 인사를 하고 실적평가를 치열하게 하는 것이다. 기관장 자리는 즐기고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자리여야 한다.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도 무난한 자리가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에 충실한지 점검하고 기능과 인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능을 축소·조정하고 일몰제를 적용해 일정 기간 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을 말하며 공공기관만 타깃으로 삼을 수는 없다. 정부 기능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과도한 시장 개입 등이 없는지, 불필요한 공무원과 부처 조직이 없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서 공공기관 구조조정만 외치면 국민이 설득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공공기관 파티를 묵인하고 심지어 조장해 온 게 정부와 정치권 아닌가. 파티는 함께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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