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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방청도 막았다...'시진핑 하야 요구' 쉬즈융 황당 극비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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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하야를 요구하는 글을 발표한 뒤 체포되어 22일 산둥성 린이시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은 인권변호사 쉬즈융(왼쪽)과 24일 재판을 받는 시민운동가 딩자시(오른쪽) [사진=중국 인권변호사 단체 트위터]

지난 2020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하야를 요구하는 글을 발표한 뒤 체포되어 22일 산둥성 린이시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은 인권변호사 쉬즈융(왼쪽)과 24일 재판을 받는 시민운동가 딩자시(오른쪽) [사진=중국 인권변호사 단체 트위터]

지난 2020년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하야를 요구하는 ‘권퇴서(勸退書)’를 발표한 뒤 당국에 체포됐던 쉬즈융(許志永·49) 인권변호사가 비공개로 재판을 받았다고 홍콩 명보가 23일 보도했다.

재판은 산둥성 린이(臨沂)시 린수(臨沭)현 법원에서 2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50분까지 진행됐다. 선고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쉬즈융은 지난 2019년 12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 모임을 주도한 뒤 체포 선상에 올랐다. 공안이 체포망을 조여오던 2020년 2월 4일 쉬 변호사는 ‘권퇴서’를 발표했고, 이후 15일 광저우(廣州)에서 체포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쉬즈융은 2017년 형기 만기로 석방된 뒤에도 불법으로 시민운동을 조직했으며, 대량의 선동적인 글을 저술·유포했다. 또 옌타이(煙台)와 샤먼에서 불법 비밀회의를 소집해 국가 정권을 전복하려는 범죄활동을 조직·기획·시행함으로써 국가 안보에 엄중한 위해를 가했다고 적시했다. 쉬즈융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은 ‘국가 기밀’을 이유로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고 미국에 망명 중인 뤄성춘(羅勝春)이 22일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뤄성춘은 쉬즈융의 동료이자 시민운동가로 24일 같은 린수현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인 시민운동가 딩자시(丁家喜·55)의 아내다.

뤄 씨는 “쉬즈융의 친누나 쉬즈위(許志玉)가 린수현을 찾아 숙박 등록이 필요 없는 작은 여관에 머물렀으나 새벽 1시경 경찰이 방에 침입해 즉시 쫓아냈다”며 “친동생의 재판을 방청은 고사하고 재판이 열리는 장소에 머물지도 못하게 하는 중국은 일말의 인간성도 없는 전체주의 국가”라고 규탄했다.

유일하게 재판에 참석한 쉬즈융 변호사 역시 재판 후 취재를 거부하며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명보는 전했다. 재판이 열린 22일에는 쉬수현으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마다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지인 출입을 막았으며, 변호사에게는 비밀 유지 문서 서명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주중 프랑스대사관이 웨이보에 이날 ‘국가정권전복죄’로 재판을 받은 인권변호사 쉬즈융을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웨이보 캡처]

22일 주중 프랑스대사관이 웨이보에 이날 ‘국가정권전복죄’로 재판을 받은 인권변호사 쉬즈융을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웨이보 캡처]

프랑스 주중 대사관 “쉬즈융과 함께하겠다”

베이징 외교가도 쉬즈융 재판을 주목했다. 주중 프랑스 대사관은 22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우리는 그들(쉬즈융·딩자시)과 함께한다”며 “이들 두 명 인권인사는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2년간 구류당했다. 즉시 석방을 호소한다. 그들의 상황을 계속해서 주목하겠다”는 지지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 2013년 결성된 중국 인권변호사 단체도 21일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규탄했다. 성명은 “쉬즈융과 딩자시가 수사 과정에서 장기간 잠을 재우지 않고,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검찰은 고문 사실을 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고, 학대한 인원과 감독 책임자의 범죄행위를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 변호사는 체포 직전 ‘권퇴서’를 통해 지난 2012년 이후 중국의 실정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는 “정치가는 위기에 직면해도 침착해야 하며, 위기에서 기회를 보아야 하지만 당신은 큰 위기마다 속수무책이었다”며 미·중 무역 전쟁, 홍콩 민주시위, 우한코로나19 사례를 비판했다. 특히 ‘망의죄(妄議罪)’를 발명해 올바른 말을 하거나 개량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면서 “나는 당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의 기대처럼 자리를 양보하시오”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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