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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질겁하게 만들었다…한국군은 아직 신경 못쓴 무기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석 달을 넘기고 있다. 전쟁 초기에 러시아군의 예상 밖의 고전은 서방을 놀라게 했고, 이제 전선이 동부 지역으로 좁혀진 상황에서도 화력에서 우세한 러시아군이 조금씩 점령지를 넓히고 있지만 피해 역시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추된 러시아군 드론들. mil.in.ua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추된 러시아군 드론들. mil.in.ua

이번 전쟁은 여러 나라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각자가 어떤 교훈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지원을 한 미국도 각 군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전훈을 바로 도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황은 몇 가지 교훈을 이끌어냈다.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부 장관은 ①전장의 리더쉽 중요성 ②군수지원 ③전자 신호 및 휴대폰의 위험 감소 노력 ④드론 방어 준비 ⑤군수품 비축의 다섯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워머스 장관이 밝힌 다섯 가지 교훈 모두 우리 군에 주는 시사점이 크지만, 이 가운데 아직 우리 군이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드론에 대한 방어 준비다. 세계 여러 나라는 드론 붐이라고 할 정도로 드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용 드론도 전쟁터에서 흔해

그만큼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상이 돋보이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의 활용도가 부각된 첫 전쟁은 아니다. 2010년대 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 원리주이 무장단체인 IS가 상용 드론을 개조하여 공격하는 장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졌고,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과 터키에서 도입한 무인기로 아르메니아에 큰 피해를 입히는 장면이 전 세계에 방송되었다.

국내 업체가 개발중인 개인 휴대용 전투드론. 최현호

국내 업체가 개발중인 개인 휴대용 전투드론. 최현호

드론의 활약상을 본 우리 육군도 드론봇 전투단을 통해 드론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은 이슬람 국가 IS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상용 드론 활용에서 보듯이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그만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드론 기술의 확산은 우리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2013년에 이미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경험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안티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일부 무기 체계에 드론 탐지 및 요격 능력이 부여된 것 외에 큰 변화가 없다.

드론 기술의 발전은 소형 드론의 확산을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에서 손에 올릴 수 있는 작은 드론은 정찰을, 그보다 큰 드론은 수류탄을, 더 큰 드론은 폭탄을 달 정도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사용해오던 군용 드론보다 더 작은 상용 드론이 군사적 용도로 쓰이면서 민수와 군용의 구분이 사라져버렸다. 그만큼 안티드론이 담당해야 할 드론의 종류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수단도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군보다 먼저 뛰는 업체들

아직 우리 군과 정부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업체들은 외국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개조하는 등 안티 드론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15일부터 17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2022 첨단국방산업전은 다양한 국내외 업체가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이란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잔해를 전시하고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사우디군 관계자. EPA=연합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이란 무인기와 순항미사일 잔해를 전시하고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사우디군 관계자. EPA=연합

참가 업체 가운데 안티 드론 기술을 들고 온 업체들도 몇 곳이 있었다. 한 업체는 군에서 몇 차례 전투실험을 치른 지상에서 고정 또는 차량 이동식으로 운용 가능한 드론 탐지 레이더와 재머를 전시했다.

다른 업체는 차량에 탑재하는 이동식 탐지 및 재밍 시스템과 휴대용 탐지기와 재머를 가지고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공격이 작은 규모로 분산된 보병에까지 미치면서 휴대용 탐지 기와 재머도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막지 못하면 공격 능력도 무너져

안티드론은 방어 대상과 목적에 따라 필요한 체계가 레이더, 전자광학 센서, 재머, 파괴용 무기 등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다.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대공포는 방어 범위가 한정적이고, 개발 중인 레이저는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없다.

2022 첨단국방산업전에 전시된 개인 휴대용 탐지/무력화 장비. 최현호

2022 첨단국방산업전에 전시된 개인 휴대용 탐지/무력화 장비. 최현호

하지만, 드론 공격을 막지 못하면, 2019년 사우디에서 일어났던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석유 시설 공격 같은 국가 중요 시설 공격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안티드론은 군사 작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드론을 무기로 사용하려는 노력의 일부라도 안티 드론을 위해 투자해야 육군의 드론봇 전투단이 진정한 게임체인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전자전도 적의 전자전 대응에 대응하는 기술로 계속 발전하는 것처럼, 안티 드론을 연구해야 적이 운용할 수 있는 안티 드론 능력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은 드론 분야에서는 아직 산업 기반과 응용 능력에서 뒤지지만, 안티 드론은 선두 주자로 발돋움해야 한다. 안티 드론은 우리를 지킬 방패이면서 새로운 산업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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