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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달리 가면 대신 하회탈…‘종이의 집’ 한국판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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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 원작의 상징적 소품인 가면을 하회탈로 바꿨다. [사진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 원작의 상징적 소품인 가면을 하회탈로 바꿨다. [사진 넷플릭스]

“원작이 ‘파에야(스페인 쌀요리)’라면 저희는 ‘볶음밥’과 같습니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하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류용재 작가)

스페인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만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24일 베일을 벗는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니만큼 해외 인기작을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의 흥행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공개를 이틀 앞둔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은 “원작의 장점을 압축해 한국적인 매력을 더했다”(김윤진)고 강조해 한국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스페인 원작은 2017년 현지 지상파에서 처음 방영된 시즌 1·2가 넷플릭스에 오른 뒤 세계적인 관심을 받자 시즌 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가운데 시청시간 1위인 ‘오징어 게임’에 이어 2위(시즌 5), 3위(시즌 4), 5위(시즌 3)를 모두 ‘종이의 집’ 시리즈가 차지할 정도로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흥행작이다.

원작을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제작진은 ‘교수’로 불리는 천재적인 남성과 서로를 도시 이름으로 부르는 범죄자들이 조폐국을 턴다는 원작의 기본 골자는 그대로 가져오되, 배경은 통일을 눈앞에 둔 2026년 한반도로 바꿨다. 비무장지대에 공동경제구역(JEA)이 조성되고, 여기서 사용되는 남북 공동화폐를 찍는 통일 조폐국을 강도단이 점거하고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은 뒤 4조원을 노린다는 설정이다. 강도단, 인질들, 그리고 합동 대응팀에 남·북한 출신이 뒤섞이면서 형성되는 묘한 긴장감과 대립 구도가 원작에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22일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박해수(오른쪽에서 둘째)는 ‘오징어게임’ 성적과 비교에 대해 “저희끼리 경쟁하기보다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먼저 갔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2일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박해수(오른쪽에서 둘째)는 ‘오징어게임’ 성적과 비교에 대해 “저희끼리 경쟁하기보다는 좋은 아티스트들이 먼저 갔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2018년 처음 원작을 봤는데, 무수히 많은 캐릭터가 참 매력 있었다”며 “어느 시·공간으로 이동시켜도 매력적인 캐릭터일 거라는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우리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 ‘라이어 게임’에 이어 김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의 팬으로서 꼭 리메이크하고 싶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보니 넷플릭스와 원작자가 허락해줘야 했다”며 “우리만의 한국적인 이야기로 어떻게 리메이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를 원작자에게 보여주고 넷플릭스와 상의한 끝에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배경을 한반도로 옮겨오면서 소품과 세트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종이의 집’ 시리즈의 상징인 강도단의 가면은 원작에선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떴지만, 한국판에선 전통 하회탈로 바뀌었다. ‘베를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는 “스페인에선 ‘달리’ 가면을 써서 자유에 의미를 뒀다면, 하회탈은 풍자적인 느낌과 권력을 향한 비판적 의미를 갖는 점이 좋았다”며 “많은 배우가 썼을 때는 위압감이 있었고,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도 달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뜬 가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종이의 집’ 스페인 원작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을 본뜬 가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대작 리메이크인 만큼 박해수는 물론 유지태(교수)·김윤진(선우진)·전종서(도쿄) 등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하다. 유지태는 강도 작전의 설계자 ‘교수’ 역을 맡았다. 그는 “‘교수’는 초유의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절대 피해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신념을 지닌 신기한 캐릭터”라며 “전체를 관망하고 지휘하는 역할로, 강도들에게 (작전을) 잘 설명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마치 성우 같은 역할로 (흐름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도단에는 이원종(모스크바)·김지훈(덴버)·장윤주(나이로비)·이현우(리우)·김지훈(헬싱키)·이규호(오슬로) 등이 각각 개성 있는 인물로 출연했다.

대응팀의 남측 협상 담당자 ‘선우진’ 역은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의 미국 드라마에도 출연했던 김윤진이 맡았다. 김윤진은 “K콘텐트가 각광 받아 한국에서 한국 감독·배우와 촬영해도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전달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의 많은 콘텐트가 전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오징어 게임’ 덕분에 저희가 여기 앉아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 작품에 잇달아 출연해 ‘넷플릭스 공무원’으로 불리는 박해수는 “이 작품의 장점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고, 좋은 원작을 바탕으로 우리만 가진 분단국가의 현실과 심리적 갈등을 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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