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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글씨체 깨부수자"…국정원, 신영복체 원훈석 교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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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4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원훈석 제막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6월 4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원훈석 제막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일명 '신영복체'로 제작했던 원훈석(院訓石)의 교체를 추진한다. 22일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새 원훈 선정을 위한 내부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지난해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석을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일 년 만에 원훈석 교체를 추진하는 건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떠 만든 '어깨동무체'(신영복체)가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 서체로는 부적절하다는 인식 공유 때문이다. 신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을 복역하고 1988년 특별가석방됐다.

지난해 원훈석 서체가 '신영복체'임이 밝혀지자 국정원 전직 직원들은 "간첩글씨체 원훈석 깨부수자" 등의 피켓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벌이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원훈석에 새긴 신영복체…前국정원 요원들 뿔났다, 중앙일보 2021년 6월 21일자〉. 당시 전직 직원은 "원훈석은 국정원의 상징과도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아왔다지만,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했던 사람의 필체로 국정원의 상징을 바꾼 것은 자존심 상하고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새 원훈 선정과 원훈석 제막은 교체 방침이 확정된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국정원장도 지난달 25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영복체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여당 의원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한편 국정원의 원훈은 그간 네 차례 바뀌었다. 1961년 국정원 전신 중앙정보부가 창설하며 초대 중앙정보부장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원훈으로 삼았다. 이 원훈은 37년간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98년 '정보는 국력이다'로 원훈을 바꿨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을 원훈으로 채택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문재인 정부 말인 지난해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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