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역사 역행…범사회적 협의체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22.06.21 18:41

업데이트 2022.06.21 20:00

경찰청은 21일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발표한 경찰 지휘·관리 권고안에 우려를 표명하며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요구했다.

21일 오전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관리·운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문위의 기본 전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을 둘러싼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 정신에 비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는 밝혔다. 입장문은 이날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개최한 뒤 나왔다.

“정부 통제보다 국민 통제가 바람직”

같은 날 자문위는 경찰의 반발에도 이른바 ‘경찰국’ 신설,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 실질화를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권고안에 담긴 과제들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권고안대로 경찰 관련 지원조직이 신설되면 내무부(행안부의 전신) 치안본부가 1991년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이 부활하는 셈이 된다.

경찰청은 “경찰권 통제와 관련해서 정부조직에 의한 행정적 통제보다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 왔다”며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 중립성, 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의 대상 역시 행정통제 이외에 시민에 의한 통제와 분권의 강화 등 경찰제도 전반으로 확대하여 보다 충실하고 완성도 높은 개혁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청장님 거취표명 있어야”vs“구심점 없어져”

이날 김 청장 주재로 열린 회의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 2시간가량 이어졌다.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의견 표명을 하고 김 청장이 이를 취합해 최종 마무리 발언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현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국민에게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를 알려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또한 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22일부터 각 시도청별로 현장 경찰관의 의견 취합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다음 달 23일까지로 임기를 마치는 김 청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퇴까지 포함해서 청장님의 거취 표명이 있어야 한다”거나 “지금 나가는 건 반대다. 오히려 구심점이 없어진다”는 등 의견이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의 상황이 되기까지 결과가 좋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의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대 자문위원. 황정근 변호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연합뉴스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대 자문위원. 황정근 변호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연합뉴스

별도 자료 통해 자문위 권고안 반박도

경찰청은 또한 회의 직후 별도의 입장 자료를 통해 자문위 권고안을 일일이 반박했다. 자문위가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신설을 권고한 데 대해 경찰청은 “법률 개정 없이 행안부에 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관련 관련 직제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휘규칙 제정과 관련해서도 경찰청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검찰청법에 규정되어 있는 반면, 경찰법에는 행안부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행안부는 정부조직법 제7조 4항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지휘규칙 제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울러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 실질화 방침에 대해 경찰청은 “경찰의 독립성, 중립성 보장 및 청장의 치안 책임 강화라는 ‘청장 추천권’의 법적 취지와 (장관) 제청권과의 조화ㆍ균형 등을 고려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의 치안정책관실(경찰국)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의 치안정책관실(경찰국)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1

경찰위원회도 “국가권력 종속시켜 중립성 훼손”

이날 전국 지휘부 회의에 앞서 국가경찰위원회도 같은 날 오후 2시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경찰위원회는 “경찰행정을 과거와 같이 국가권력에 종속시켜 치안 사무 고유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경찰 제도개선과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령상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를 통해 경찰의 민주성ㆍ중립성ㆍ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도 경찰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직협) 위원장의 1인 시위에 이어 서울 경찰 직협 대표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해 인사와 예산, 감찰 사무에 관여하고 수사 지휘까지 하겠다는 발상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민주적 견제 원칙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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