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완판, 없어서 못산다" 요즘 부자들이 쓸어담는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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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지난달 연 4.68% 금리로 발행된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판매 하루 만에 가져온 물량이 완판됐다." (삼성증권 채권상품 담당자)

“지난 한 해 동안 판 물량을 올해는 5월까지 다 팔았다. 회사채부터 국채까지 수요가 다양하다. 요즘 채권은 없어서 못 판다”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 상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증권 "올 상반기 2조2000억 팔려, 작년 대비 47% 급증"

'셀 에브싱' 시대에 주식부터 암호화폐까지 금융 자산이 급락하고 있다. 바닥을 알 수 없어 저점 매수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를 이용하는 초고액자산가들이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고 금리가 오르며 분기마다 들어오는 이자가 웬만한 투자처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아예 장기 채권에 투자해 오른 금리를 오랫동안 연금처럼 받겠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6월 셋째 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채권 4조61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7006억원)보다 배가량 늘었다.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통한 일반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최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소액 투자(1000원~1만원)가 가능해진 영향도 있다.

삼성증권 측은 “올해 상반기 채권 약 2조2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는데, 이는 지난해(1조5000억원) 대비 47%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온라인 신종자본증권 판매 규모는 올해 4월까지 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50억원에서 급증했다. NH투자증권 측도 “국내 채권 매출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채권 투자는 크게 ‘만기 보유’와 ‘트레이딩(거래)’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만기보유 투자법은 채권을 만기까지 팔지 않고, 해당 기간 동안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아주 적은 안전한 투자다.

두 번째는 채권을 중간에 사고팔며 매매차익을 누리는 트레이딩이다. 채권은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은 반대로 떨어진다. 즉 높은 금리(채권값 하락)에 사서 낮은 금리(채권값 상승)에 팔아야 한다. 최근에는 채권 금리가 오르며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를 누릴 수도, 싸게 사서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비싸게 파는 투자 모두 가능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초우량 채권도 이자 4%대...특판 예금보다 낫다?

연초부터 초고액자산가들은 금리가 부쩍 높아진 ‘신종자본증권’과 ‘회사채’를 많이 담았다. 한 증권사 WM 임원은 “제주항공이 연 7%에 발행한 회사채 200억원 어치도 바로 다 팔렸다”며 “시장이 좋지 않자 초고액자산가들은 그나마 이자를 주는 채권 상품으로 이미 많이 옮겨갔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위험도가 높다.

우량 채권의 금리도 연 4%를 훌쩍 넘어섰다. 만기 3년에 트리플A(AAA) 등급으로 초우량채권인 농협금융지주 회사채 수익률은 연 4.69%에 이른다. 만기 1년 7개월로 비교적 짧은 AA등급의 SK 이노베이션의 회사채도 연 4.29% 이자를 준다. 한국전력 회사채도 인기다. AAA 등급에 잔존만기가 2년1개월 남은 ‘한국전력 1049’의 연 수익률은 4.24%다.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은 이자를 3개월마다 주는 것도 장점이다. 박태근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자문챕터 프로는 “금리가 높은 특판 예금이나 적금은 예치 한도가 적거나 조건이 많이 붙는다”며 “현재 예금보다 이자가 높으면서 트리플A 등급의 우량 채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마다 유통 물량은 다르지만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채로 만기까지 이자 받는 투자도 각광

최근에는 인기가 국채로 옮겨붙었다. 국채는 국가가 망하기 전까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탓에 금리가 낮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며 연 4%대까지 수익률이 올라왔다. 만기가 3년 3개월 남은 ‘국고01125-2509(20-6)’의 수익률은 연 4.16%에 이른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 상무는 “지난 한 주 동안 팔린 국채가 반년 동안 팔린 물량에 맞먹는다”며 “아예 장기 국채를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많은데 매년 4%씩 받는 연금에 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국채는 만기 보유하기에도 금리가 매력적이고 이후 금리가 내려가면(채권값 상승) 매매 차익을 노려도 된다”고 말했다. 채권은 매매차익의 경우 별도의 세금을 떼지 않는다.

채권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잔존 만기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만기 까지 보유하는 투자를 추천한다. 둘째로 우량채권을 골라야 한다. 트리플 A(AAA)면 초우량 더블A(AA) 까지는 도산 위기가 크지 않은 안전한 투자처로 곱힌다. 마지막으로 수익률(세전은행환산)을 보고 고르면 된다.

다만 채권 투자에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다. 채권 투자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에서 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채권맞춤형신탁(MMT)을 통해 가입하는 데 보통 최소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다. 증권사도 초고액자산가들이 채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종류나 물량이 다른 점도 유의해야 한다.

박태근 프로는 “채권은 주식만큼 중간에 거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는 만큼 만기를 잘 살펴야 한다”며 “또한 발생한 회사 등이 파산할 위험 등도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는 초우량 채권 위주로 사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더블A(AA) 등급까지는 도산 위험이 크지 않은 투자처로 꼽힌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