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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입 아니라는 금감원장, 은행들 '이자 장사' 경고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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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20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 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 금리차는 은행의 수익과 직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잔액 기준 2.32%포인트로 8개월 연속 벌어져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대 금융 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1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예대 금리 산정과 공시 체계를 개선 중인데 최종안이 확정되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소비자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인하 요구권 제도 운영도 지속해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출금리에 대한 당국의 시장 개입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다만 취약 계층의 충격을 완화하고 보호하는 역할과 예대 금리차 문제는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대 금리차 공시 시스템을 중심으로 대출 가산금리 수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보도 "(은행에) 직접 금리를 어떻게 올리고 내리라고 하는 게 시장 개입인데 이 경우는 다르다"며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체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개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시중 은행장들이 20일 오전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원장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 은행장들이 20일 오전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원장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뿐만 아니라 취약차주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이 원장은 "금리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경우 채무상환 부담이 많이 늘어나며 가계와 기업 모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며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지만,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도 자체적으로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대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의 건전성 확보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공급망의 차질 등 복합 위기로 인해 국내 경제도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은행의 각종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더 보수적으로 미래 전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으로 차주의 부도율이 과소평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잠재적인 신용위험을 고려해 충분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화 유동성과 관련해선 "외화 차입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해외 점포의 거주자 외화대출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경우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연달아 발생한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자산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락할 때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금감원 임원 인사 계획에 대해 그는 "여러 가지 복합 위기 극복과 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당장 큰 규모의 인사에 대해선 검토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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