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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임희정, '스페로 스페라' 이준석 투혼의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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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임희정 [사진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임희정(22)이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3언더파 69타, 합계 19언더파 269타다.

6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임희정은 1, 2번 홀 연속 버디로 7타 차로 앞서나가기도 했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박민지가 경기 중반 5타를 줄이며 추격했지만, 힘에 겨웠다. 큰 드라마 없이 임희정이 올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을 거머쥐었다.

신인이던 2020년 3승을 한 임희정은 L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기회가 왔다. 부산에서 벌어진 LPGA 투어 BMW 챔피언십에서다. 임희정은 완벽한 경기를 했다.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고, 대회 최저타 기록 3개를 냈다. 36홀 133타(11언더파), 54홀 198타(18언더파), 72홀 266타(22언더파)다. 그러나 우승은 못 했다.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친 고진영과 연장전을 벌여 패했다.

임희정은 올 시즌 초 LPGA 투어 적응을 위해 기아 클래식과 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의 별명은 사막여우다.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 임희정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 근육이 빨리 굳는 점이 가장 힘들다. 그러나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샷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여겨 대회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신인 때도 몸이 좋지 않았다. 인대가 찢어진 상태로 경기했다. 그는 “병가를 내고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신인이 첫해부터 그러면 평생 핑계 대고 밀릴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때는 집중해서인지 못 느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지독하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미디어에는 부상을 얘기하지 않았다. 하반기 어느 정도 발목이 나았고, 3승을 거뒀다.

임희정은 난코스인 레인보우힐스에서 나흘 동안 버디 24개(보기 5개)를 잡아냈다.

전날까지 16언더파 200타로 한국여자오픈 54홀 최소타 기록을 세운 임희정은 72홀 역대 최소타와 최다 언더파 기록도 두 타씩 줄였다. 이전 최다 언더파, 최소타 기록은 17언더파 271타(2018년 오지현, 2021년 박민지)다.

레인보우힐스는 코스도 어렵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힘들다. 지난해 대회에서 15명이 기권했다. 임희정은 “몸이 좋지 않지만, 그러니까 더 큰 대회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우승 상금 3억원을 더해 시즌 상금 2위(4억619만원)로 올라섰다. 권서연이 13언더파 2위,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민지는 12언더파 3위다.

이준석. [사진 KPGA]

이준석. [사진 KPGA]

한편 강원도 춘천의 남춘천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호주 교포 이준석이 우승했다. 이준석은 최종라운드 5언더파 67타, 합계 21언더파로 이규민을 한 타 차로 꺾었다.

1988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준석은 쇼트트랙 선수를 하다 엄한 선후배 문화가 싫어 골프로 바꿨다. 중학교 1학년 때 호주 퀸즐랜드로 유학을 갔다. 이준석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을 치고 학교에 갔다가 밤이면 라이트를 켜고 훈련했다.

제이슨 데이와 함께 호주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프로생활은 한국에서 시작했다. 2009년 K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에서 1위를 했다.

그러나 문화 차이, 잔디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성적도 부진했다. 이 코치 저 코치를 찾아다니다 스윙도 망가졌다. 드라이버 입스도 걸렸다. 갑상샘 수술도 했다.

그는 왼팔에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라는 문신을 새겨넣었다. 라틴어로 ‘살아 숨 쉬는 한 꿈을 꾸라’는 뜻이다. 지난해 데뷔 13년 만에 한국오픈에서 첫 우승하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우승했다. 이준석은 “7주 연속 경기에 갑상샘이 좋지 않아 그린에서 마크하고 일어날 때 어지럼증도 느꼈다. 그러나 지난해 우승이 우연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회가 벌어진 남춘천 골프장은 그린이 매우 크고 경사도 심하다. 스코어가 잘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준석은 “경험해보니 퍼터보다 아이언이 중요한 코스더라. 떨어뜨려야 할 곳에 떨어뜨리면 버디가 가능하지만, 퍼터로는 한계가 있다. 아이언을 잘 쳐야 좋은 스코어가 나는 코스고 이번 주 아이언샷 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규민이 20언더파 2위, 정태양이 19언더파 3위다.

춘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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