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도 순식간" 아찔 순간도…매년 다대포 봉사 김기복씨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엄마 잃고 울던 5살 꼬마 생각에 매년 봉사

2017년 7월 마지막 주말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은 수십만 인파로 붐볐다. 개장을 앞두고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연장 공사가 끝나 ‘도시철도가 닿는 해수욕장’이 된 그해 732만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다대포는 수심이 얕은 데다 드넓은 갯벌을 끼고 있어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수변안전관리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수변안전관리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그 인파 속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지연(당시 5세·가명)이를 발견한 수변안전관리 봉사자 김기복씨(51)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수영복 차림의 지연이는 김씨 짐작대로 부모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허리춤의 얼음물을 이마에 대주며 지연이를 달랜 그는 아이를 들쳐 안고 해변관리센터로 향했다.

김씨는 “갯벌 위를 오가는 작은 게를 쫓다가 엄마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며 “아이가 다행히 자기 이름을 알고 있어 방송을 했고, 20여분 만에 부모가 찾아와 지연이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 숙여 고맙다고 인사한 뒤 떠나는 지연이를 보면서 진한 보람과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수변안전관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던 중 ‘여름이면 해수욕장 안전을 관리할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그는 업무로 바빠 휴가를 낼 수 없었던 2019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을 제외하곤 다대포해수욕장의 수변안전관리 활동을 하고 있다. 수상구조 분야는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지만 수변안전 분야는 성인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등산로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등산로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김씨는 해수욕장이 가장 성수기인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흘간 개인 휴가를 낸다. 그는 “지연이 부모를 찾아준 일을 계기로 이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힘닿는 데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욕장 봉사 외에도 1998년부터는 마을 방범과 의용소방대 봉사도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직원으로 자동차 정비 일을 하는 김씨는 지역 장애인 복지관 차량도 정기적으로 무상 점검해주고 있다. 그는 “과거 ‘봉사활동은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던 아내도 어느새 복지관 업무를 보조해 주는 등 함께 봉사에 참여한다”며 밝게 웃었다.

“3년 만에 열린 바다, 아이들 낙원 됐으면”

김씨는 “바다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해수욕장 7곳 중 늘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봉사를 하는 것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씨에게 코로나19 이후 매년 조기폐장되는 해수욕장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에도 봉사에 참여했는데 바다에 온 아이들이 해변에서까지 마스크를 쓴 채 제대로 물놀이도 못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봉사자를 살뜰히 챙겨주는 주변 상인들이 해수욕장 조기 폐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만큼은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관리 상황이 안정적인 만큼 해수욕장 조기 폐장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특히 얼라(아이)들이 다시 바다로 몰려들어 밝게 웃으며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 복지관 차량 점검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장애인 복지관 차량 점검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기복씨

봉사를 하는 동안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지정된 수영구역 밖에서 서핑하던 3명이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나가는 걸 목격했다”며 “곧장 구조대에 신고했고, 다행히 3명 모두 구조됐지만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소방, 육·해경과 봉사자 등 많은 이들이 구슬땀을 쏟는다”며 “올해는 많은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변안전관리 봉사자로서 사고 없는 해수욕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