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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피격 공무원 유족 “전 정권의 국정농단, 문 전 대통령 고발 예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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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04면

17일 김기윤 변호사가 피살 공무원과 함께 배에 탔던 직원의 진술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김기윤 변호사가 피살 공무원과 함께 배에 탔던 직원의 진술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아버지 성함은 이 대자 준자, 이대준입니다.”

17일 오전 11시쯤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 아들이 쓴 편지를 대독하는 엄마의 눈가는 젖어있었다. 그는 1년 9개월 전 서해 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남편 이대준(당시 47세)씨를 잃었다. 이후 이씨가 월북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엄마는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돼 고통을 겪었다. 아버지가 월북자가 아니라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준 윤 대통령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얼마 전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동생을 잘 다독이고 이 힘겨움을 끝까지 함께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라고 아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이씨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한 집단이 그간 주장해온 월북이 정황 증거 부족으로 22개월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며 “고통의 시간을 보낸 유족과 의문을 가진 국민에게 (해경과 국방부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해양경찰과 국방부는 16일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기존 발표와 배치되는 결론을 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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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족은 과거 이씨가 탔던 해양수산부 소속 선박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진술을 공개했다. 앞서 유족은 청와대 국가안보실·해경청·국방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해경이 작성한 초동 수사 자료와 고인 동료들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해경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16일 취하하면서 유족 측은 전날 밤 해당 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간 국정감사 등에서 공개된 요약본보다 구체화한 내용이다. 진술 조서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월북하기 위해선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가야 했는데 사라진 이씨의 방엔 그대로 방수복이 있었다. 실종 당시 물살이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는데 그걸 뚫고 북쪽으로 가는 건 무리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직원들의 진술서 어디에도 이씨의 월북을 추정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며 “‘월북 프레임’을 먼저 씌운 뒤 끼워맞추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진술 조서와 함께 전달받은 해경 초동수사자료에도 월북이란 단어를 찾지 못했다. 초동수사자료는 추후 유족과 논의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형 래진씨도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고발하겠단 뜻도 밝혔다. 다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단서를 달았다.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피살 공무원 사건 보고를 받은 뒤 3시간이 지나 공무원이 피격돼 사망하였는바 그 시간 동안 문 전 대통령이 대응을 안 했으면 직무유기죄로, (사태를) 방치하도록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 판결에 따라 국가안보실이 해경과 국방부 등으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을 일부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건 관련 자료가 최장 15년간 비공개가 가능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열람이 제한된 상황이다. 만약 국회에서 대통령 기록물 열람이 찬성 의결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다. 한편 감사원은 이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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