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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문 전 대통령 수사를” 우상호 “전 정권 지우기 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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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04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임 정부 수사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가운데)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임 정부 수사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이 1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화두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서면서 정국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 정부 차원의 추가 조치를 언급한 데 이어 국민의힘도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하면서 여권의 ‘전임 정부 지우기’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향후 검찰 재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20일 정치 보복 대책 기구를 띄우기로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심화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는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떤 경위를 거쳐 대한민국 공무원의 죽음을 왜곡하고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밝혀야 할 차례”라며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과 방법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기 의원은 더 나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며 문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5·18이나 세월호 참사 등에서 항상 진상 규명은 피해자·유가족 중심주의에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던 모습 그대로 월북 공작 사건에 대해서도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해경이 정권 바뀌기 직전에 저에게 양심선언을 했다. 제 의원실에 와서 ‘수사하기 전에 이미 월북 결론이 나 있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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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날 당 차원의 진상 규명 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일단 TF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도록 하겠다”며 “누가 진상을 왜곡했고 그로 인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도 대통령실과 정부의 이번 조치를 다루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악의적”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사건 당시 자료 열람에 대한 야권의 동의도 촉구했다.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기록물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열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신원식 의원은 “모든 실체적 진실은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돼 있는 당시 안보실 조치 일지와 회의록에 다 기록돼 있다. 민주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단해 달라”고 했고,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천벌을 받을 일을 했다”며 “결백하다면 기록물 공개를 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한 게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니냐”며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권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면서 살살 기었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싶은 모양”이라며 “오히려 (해당 사건은) 북한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위원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아주 강력히 항의했고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통지문까지 보낸 일”이라며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 희생됐고, 항의했으며,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니냐”고 주장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윤 대통령이 “후속 조치가 더 진행되겠죠”라고 언급한 데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 지우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민생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지금 왜 그거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이 문제를 짚는 과정에서 ‘왜’라는 단어를 3번이나 연속해서 사용하며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사건 자료 열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주장에도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 위원장은 “제가 당시 여당 의원으로 자세히 보고받은 적이 있어서 내용을 잘 아는데, 당시 정보 당국은 (여러 정보 중)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특수 정보(SI)를 통해 월북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의 결정은 첩보 판단의 문제인데, 여권이 이를 무리하게 정략·이념의 문제로 연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논란의 파괴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잖게 흘러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의원은 “감사원 감사까지 하겠다는 건 결국 당시 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것 아니겠느냐”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도 “민주당 정부를 친북 성향으로 의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인화성이 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전임 정부 수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공세의 목소리를 내자 민주당 내부의 위기감도 한층 높아가는 분위기다. 우 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들며 “(본인 말처럼) 결국 문재인 정부의 지시를 받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수사한 것 아니냐.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윤 대통령이 기획한 정치 보복 수사”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그럼 박근혜·최순실·이명박·이재용을 구속한 본인은 정치 보복의 도구로, 신념도 없이 시키는 대로 칼춤을 춘 것이냐”며 “(오늘 발언은) 지금도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공개 선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공무원에 대한 여권의 잇단 퇴진 압박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쏟아졌다. 우 위원장은 “한쪽에선 지난 정부가 임기제 공무원들 임기를 중단시키려 했다고 수사하면서 또 한쪽에선 현직 공무원들에게 나가라고 압력을 넣는 등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느냐. 그럼 지금 (압력을 넣고 있는) 여당 고위 관계자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니까 제가 보복 수사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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