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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 날세우자 "찌질하다" 반격…한상혁·전현희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원 빅데이터 기반 '대한민국 민원지도' 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원 빅데이터 기반 '대한민국 민원지도' 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거세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법률상 보장된 임기를 이어가며 빚어진 새 정부와의 ‘불편한 동거’가 원인이다. 전 위원장은 내년 6월, 한 위원장은 내년 7월까지가 임기다. 16일 국민의힘은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임기제를 어긴 게 불법이냐. 우리는 임기를 지키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與 “도의상 물러나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대통령이 바뀌었으면 (새) 국정 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며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게 대통령제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장의 자진 사퇴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인식이다. 그는 자진 사퇴 종용이 정치 보복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후안무치고 자리 욕심내는 것으로 비칠 뿐”이라며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중·하위 직급은 관계없지만 최고 결정권자가 그렇게 앉아 있다는 건 정치 도의상 그럴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과거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방통위와 권익위 모두 위원 구성에 대통령과 여당의 추천 몫이 일정 비율 보장된 기관들”이라면서 “당·정의 판단과 국정 기조가 공직 사회에 충분히 공유돼야 하는데 이전 정권 출신 기관장이 자리를 고집하면 비효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방통위 상임위원 4명 중 2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나머지 2명을 야당이 추천한다. 권익위는 상임위원(3명)을 위원장이 제청하고, 비상임위원(8명) 중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위촉한다. 두 기관 모두 대통령에게 지명받은 위원장의 성향과 인적 네트워크가 조직 구성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구조다.

野 “찌질하고 쪼잔하다”

마음이 급한 여권에서는 벌써 차기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 하마평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이 재시동을 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근거로 두 기관장의 “임기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영장이 15일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전 위원장, 박 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이 ‘제2의 백운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백 전 장관이 ‘전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과 계속 일하는 게 맞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호흡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쓰고 싶었던 게 부정부패인가”라면서 “한편으로 처벌을 하면서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가) 사법처리, 감사원 감사, 전화 종용과 압박으로 똑같은 짓(사퇴 종용)을 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내가 전해 듣기로는 ‘참 염치없다, 알아서 나가지’ 이랬다는 거 아니냐”라며 전 위원장이 들었다는 압박성 발언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전날 총리실이 전 위원장과 한 위원장에게 국무회의 불참 통보를 했다는 소식에 “(윤 정부가) 찌질하고 쪼잔한 것 같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시절에 임명했던 장관들과 상당 기간 일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갈등’ 고조

여야 싸움은 이날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한 위원장 ‘찍어내기’ 논란으로 번져나갔다. 21대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전 11시 “한 위원장은 위법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미달만으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자 직전 과방위원장이었던 이원욱 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 의원들이 두 시간여 뒤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통한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원장 사퇴 협박은 방송장악 음모의 시작”이라고 맞불 회견을 열었다.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 관련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황보승희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 관련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대통령 직속 기관인 방통위는 방송·통신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명박 정부의 최시중 초대 위원장부터 박근혜 정부의 이경재·최성준 전 위원장 등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이던 2019년 9월 진보 성향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대표 출신인 한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에 앉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언론문제를 다루는 한 위원장이 전 위원장보다 정치적으로 좀 더 민감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합의제 위원회의 정파적 운영에 대한 여야 논의가 있어야 기관장 교체 명분도 설 수 있는데, ‘우리 편이 아니니 나가라’식으로는 논란 해소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원 구성 난항 등으로 당장의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종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21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종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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