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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파업 한숨 돌렸지만…꺼지지 않는 ‘안전운임제’ 불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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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 타결 후 업무에 복귀 한 15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협상 타결 후 업무에 복귀 한 15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했지만, 화주들은 여전히 볼멘 표정이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제처럼, 수출입 컨테이너나 시멘트 화물 등을 운송하는 차량에 지급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을 규정한다.

2020년 도입한 이 제도는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법안의 효력이 사라지는 방식(일몰제)인데 그 기한이 올 12월 말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4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점을 연장하면서, 얼마나 연장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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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계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2020년 이래 화주의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물류비 인상의 여파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발표한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물류비 중 화물차가 실어 나르는 도로운송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85.6%로 대기업(61.8%)보다 컸다. 불어난 물류비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화주 측 주장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 운송비가 책정되는 대신, 정부가 일률적으로 운임을 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준봉 한국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도로운송비가 10% 상승하면 기업 이익은 0.34% 감소한다”며 “올해 화주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물류비를 감당하지 못해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 제도를 도입한 건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화주들은 제도 도입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2020년) 사업용 차 교통사고 건수는 2.3%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19% 늘었다.

화주들은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에도 불만이 있다. 위원회는 화주(3명), 차주(3명), 운수사(3명)로 구성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측(화주)보다 운임을 지불받는 측(차주·운수사)의 인원이 2배 많다.

화주들은 기존 안전운임제는 일단 일몰시키고, 노사가 새로운 틀을 마련해 새로운 제도를 논의해보자고 요구한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범위·시기를 확대 적용하자는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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