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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친모 '아이 바꿔치기' 뒤집혔다...대법 "DNA로 증명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석모씨. 뉴스1

지난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석모씨. 뉴스1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는 친모 석모씨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석씨가 DNA상 아이의 친모는 맞지만, 아이를 바꿔치기한 범죄 혐의는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16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씨는 지난 2018년 친딸인 김모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바꿔, 딸이 낳은 아이를 어딘가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딸 김씨가 자신의 딸인 줄 알고 키우던 3세 여아가 방치로 숨지자, 이를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시신을 매장하려고 한 혐의도 있다.

석씨는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줄곧 자신의 출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가 맞는지부터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법원은 4번의 유전자 검사에서 친모로 판정된 점, 혈액형 검사 결과 석씨 딸 김씨와 사망한 3세 여아 사이에는 친자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희박한 점 등을 들여다본 뒤 석씨를 친모로 인정했다.

또 딸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에서 아이의 발목 식별 띠가 빠진 채 발견된 적이 있던 점, 아이가 태어날 때의 몸무게보다 어느 날 225g 빠져있던 점 등을 고려해 아기를 바꿔친 혐의도 인정했다. 해당 산부인과의 2층 대기실이나 3층 모자동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서, 석씨가 아이를 바꿀 수 있는 구조인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유전자 감정을 통해 친모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 증거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석씨가 어디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돌봤는지, 빼돌린 아이는 어디에 데리고 간 것인지, 그 아이는 지금 살아있는지 등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꿔친 혐의에 대해서는 목격자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증거가 없어, 어떻게 아이를 바꿨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은 1·2심 재판부가 언급한 아이의 몸무게나 발목의 식별띠, 병원 구조 역시 범행을 완전히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출생 시점의 아기와 퇴원 시점의 아기 사진을 보면 모두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힌 특징이 있어, 정말 다른 아기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석씨가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딸을 손녀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범행 동기가 됐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만약 석씨가 딸에 대한 애정이 더 컸다면 왜 3세 여아가 방치되도록 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출산 사실을 감추겠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녀를 빼돌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만약 빼돌린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외할머니인 석씨가 자신의 손녀를 빼돌린 것을 약취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앞서 석씨의 딸 김씨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에 대해서는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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