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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째 홈런 터진 ‘최강야구’…야구예능 전성기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TBC '최강야구'. [JTBC 홈페이지 캡처]

JTBC '최강야구'. [JTBC 홈페이지 캡처]

은퇴 3년 6개월 차 43세 정성훈은 전력 질주한 끝에 두 번의 태그업을 성공시키고,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시리즈 MVP였던 장원삼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투구를 이어간다. 고교생들을 상대로 긴장감 흐르는 접전을 벌이던 야구 레전드들은 서동욱이 터뜨린 홈런 한 방에는 일제히 일어나 아이처럼 기뻐한다.

전설적인 야구 선수들이 등장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송되면서 축구부터 골프, 농구 등으로 이어져 온 스포츠 예능의 트렌드가 야구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6일 첫 방송을 한 ‘최강야구’가 이같은 흐름의 선두에 있다. ‘최강야구’는 제목 그대로 프로야구팀에 대적할만한 ‘최강’ 구단을 만들겠다는 게 프로그램의 주된 콘셉트다. 거창한 포부에 걸맞게 한때 레전드로 불리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 12명과 현역 선수 3명을 모아 ‘최강 몬스터즈’라는 구단을 꾸렸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감독을 맡아 전국의 야구 강팀과의 대결을 진두지휘한다. 이 밖에도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유희관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전직 선수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그라운드에 선다.

지난 13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 2회에서 투수 장원삼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 [JTBC 캡처]

지난 13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 2회에서 투수 장원삼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 [JTBC 캡처]

지난달 30일 열린 JTBC '최강야구' 제작발표회에서 전·현직 야구선수 유희관(왼쪽부터), 장원삼, 심수창, 이승엽, 박용택, 윤준호, 정근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지난달 30일 열린 JTBC '최강야구' 제작발표회에서 전·현직 야구선수 유희관(왼쪽부터), 장원삼, 심수창, 이승엽, 박용택, 윤준호, 정근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야구를 소재로 한 최초의 예능은 아니지만,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대결을 펼친다는 게 ‘최강야구’의 차별점이다. 현재까지 방송된 1·2회에서는 ‘최강 몬스터즈’가 고교 5개 전국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야구 명문 덕수고와 두 번의 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은퇴한 지 짧게는 7개월부터 길게는 3년도 넘은 선수들이 “정말 진지하게, 진짜 이기고 싶어서”(이승엽) 승부에 임하는 모습은 몰입감을 자아냈다.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1회 2.8%로 출발한 시청률은 13일 방영된 2회에서 2.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소폭 올랐다.

채널A에서 ‘도시어부’ ‘강철부대’ 등을 연출, JTBC로 이적한 뒤 첫 작품을 내놓은 장시원 PD는 “30게임 기준 21게임 이상 승리, 즉 ‘승률 7할’ 달성에 실패하면 프로그램은 폐지한다”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예능에 긴장감을 더했다. “실제 프로야구팀과 마찬가지로 선수 영입과 방출도 가능하다”는 예고 또한 선수들로 하여금 실전처럼 임하게 하는 요소다. 또 233명의 제작진과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동원된 촬영 스케일, 정용검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위원으로 꾸린 중계진 등은 마치 실제 프로야구 중계에 예능 자막만 입힌 듯한 현실감을 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MBN '빽 투 더 그라운드' 포스터. [사진 MBN]

MBN '빽 투 더 그라운드' 포스터. [사진 MBN]

지난달 24일 종영한 MBN ‘빽 투 더 그라운드’와 KBS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도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다. ‘빽 투 더 그라운드’는 ‘최강야구’와 유사하게 ‘은퇴 야구인들의 그라운드 복귀’라는 포맷이지만, 좀 더 예능적 요소가 짙은 게 특징이다. 양준혁, 김태균, 윤석민, 홍성흔, 니퍼트, 이대형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현역 시절의 감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1%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8화 만에 막을 내렸다.

KBS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 포스터. [사진 KBS 1TV]

KBS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 포스터. [사진 KBS 1TV]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지난달 7일 첫 방송)은 실패를 경험한 젊은 선수들의 프로야구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을 맡은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이 “예능이 아니고 다큐로 갈 거라는 손성권 PD의 진심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할 정도다. 김병현을 필두로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 정근우·한기주가 각각 수석코치·투수코치를 맡아 프로구단에서 방출됐거나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된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경기 등을 지원하는 과정이 진정성 있게 그려진다.

이처럼 최근 야구 소재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제작되는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침체기를 맞았던 단체 스포츠 경기들이 다시 가능해진 시기적 요인이 꼽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요즘 예능 트렌드에 적합한 소재”라며 “코로나가 터지면서 한동안 골프 등 사람들 간 접촉이 적은 종목이 조명됐다면, 이제는 여러 사람이 어울리고 함성도 지를 수 있는 야구와 같은 스포츠가 방송계 유행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 예능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선 종목 불문, ‘진정성’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평론가는 “성공한 스포츠 예능들은 경기를 단순히 예능으로 소비하지 않고, 리얼하게 진행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유입됐다”며 “‘최강야구’의 경우도 경기가 실제 같다는 점이 큰 흥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은퇴한 운동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매우 흔해진 상황에서 이들이 ‘방송인’으로만 비춰지면 시청자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진정성이 스포츠 예능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특히 스포츠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야구를 다루는 예능에 대해 “경기 규칙이나 선수 전적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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