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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첫해, 자살률 소폭 줄었지만 30대 이하에선 증가…전문가 "술 자제하고 일상 회복 속도 조절해야"

중앙일보

입력

자살 예방.

자살 예방.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국민적 우울감이 커지면서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실제 국내 자살률은 전년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다른 연령대와 달리 30대 이하 젊은 층에선 자살률이 증가해 경고음이 켜졌다. 또 전체적인 자살률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위기와 재난이 닥쳤을 때는 국민적 단합력이 발휘돼 자살 사망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앞으로 일상회복이 진행되는 2~3년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했다. 자살예방백서 발간은 2014년 시작돼 올해 9년째를 맞았다. 이번 백서에는 2020년 자살 현황과 자살 예방 사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2020년 자살률 감소…당국 “일상회복 이후가 더 위험”

2022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도 25.7명으로 전년보다 1.2명(4.4%) 감소했다.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던 2011년 자살자 수가 1만5906명, 자살률이 31.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자살자 수는 2711명(17%), 자살률은 6명(19%) 감소했다.

2020년은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던 시기인데 왜 자살률은 되려 줄어든 것일까. 원소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통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가 닥친 시기에는 국민적인 단합력이 발휘돼 자살 사망이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 견해에 따르면 위기와 재난의 시기가 지나고 향후 2~3년간 자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분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일상회복이 본격 시작되는 2~3년 동안 자살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코로나 시기에는 당장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있으니까 거기에 긴장을 하다 보면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실질적으로 크게 안 와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여전

다만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는 여전히 한국의 몫이었다. 최신 자료인 2019년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24.6명(연령표준화값)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인 11.0명의 2.2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은 2016ㆍ2017년(리투아니아)을 제외하고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0년을 기준으로 해도 국내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4.5명으로 여전히 OECD 1위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남성·50대 자살 두드러져

2020년 성별 자살률. [복지부 제공]

2020년 성별 자살률. [복지부 제공]

2020년 자살사망자 수를 성별로 분석해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전체 중 남자는 68.9%(9093명), 여성은 31.3%(4102명)를 차지했다. 자살률도 남자(35.5명)가 여자(15.9명)보다 2.2배 높았다. 다만 자살ㆍ자해 시도는 여성이 더 많았다. 응급실에 내원한 자해ㆍ자살 시도를 한 사례 중 여성 비율이 60.7%(2만1176건)를 차지해 남성(39.5%, 1만3729건)보다 1.54배 많았다. 원소윤 과장은 “실제 자살 시도를 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남성이 조금 더 많아 자살 사망률과 자살 시도율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자살자 수가 2606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2405명), 60대(1937명)가 뒤를 이었다. 9세 이하 자살자도 2명 있었다.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해 80대 이상의 자살률이 62.6명으로 가장 높았고, 70대(38.8명), 50대(30.5명) 순이다.

30대 이하에선 전년도 대비 자살률 증가  

연령대별 자살률 현황/ [복지부 제공]

연령대별 자살률 현황/ [복지부 제공]

눈여겨볼 점은 젊은 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전년 대비 연령대별 자살률 증감률을 보면 40대부터 80세 이상까지는 감소했지만 10대(9.4%)와 20대(12.8%), 30대(0.7%)의 젊은 층에서는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젊은 층의 경우 정신적ㆍ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 과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10대 자살률은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자살예방법이 통과하면 노인, 여성 외에 청년 대상 예방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원인으로는 남자의 경우 10대ㆍ20대는 정신적 어려움, 30대~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이 높았다. 여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높았다. 직업별 자살자 수는 학생ㆍ가사ㆍ무직이 7771명(58.9%), 서비스ㆍ판매 종사자 1350명(10.2%), 사무 종사자 1212명(9.2%) 순으로 많다.

전문가 “일상으로 복귀 시 속도 조절 필요…술 자제해야” 

전홍진 교수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계속 재택근무를 하거나 비대면 수업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더 힘들 수가 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예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회사나 직장, 학교에 돌아가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이완기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식이 대폭 늘어나며 알코올 섭취도 늘어나고 있는데 술을 먹고 더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라며 “너무 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2 자살예방백서는 15일 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추가 원인 분석과 심리부검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7월에 발간한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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