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정태가 고발한다

檢 출신 금감원장이 문제? 文정부때 무자격자보단 백배 낫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14 00:01

업데이트 2022.06.14 10:00

노정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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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의 신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검찰 출신의 신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인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성별 불균형과 검찰과 경제 부처 출신들의 요직 차지 탓에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과 함께 검피아·모피아 연합 정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편중 인사를 우려합니다. 하지만 노정태 작가는 오늘(14일) 칼럼에서 단순히 중용된 검사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윤 내각을 비판하기보다 개개인의 능력을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글에 이어 15일과 16일엔 각각 권경애 변호사와 우석훈 교수가 검찰과 경제 부처 출신의 요직 독점 현상에 대해 쓴 글이 나갑니다.

지난 7일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원장으로 내정됐다.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그가 금융계 출신이 아닌 특수통 검사라는 점, 다른 하나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통하던 인물이라서다. 현 정권 들어서 중용된 검찰 출신 인사는 이복현뿐만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완규 법제처장, 박민식 보훈처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검찰 출신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전직 검사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윤석열 정권에 우호적인 이들의 입에서도 종종 '검찰 공화국' 같은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뒤에 자세하게 짚겠지만 이복현의 금감원 행은 사실 놀랄 일이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1기 인사가 윤석열과 가까운 검찰 출신 인물들을 중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 역시, 현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비판할 수는 있겠으나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능력·전문성 논란 컸던 문재인 정부  

우선 이복현의 금감원 행을 따져 보자. 비단 금감원장뿐 아니라 주요 공직 인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잣대는 능력과 이력이다. 이 잣대로만 보면 그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이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한 후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찰에서 줄곧 경제 금융 범죄를 담당해왔다. 단순히 검사가 아니라 경제 금융 범죄를 다루는 전문적 식견과 경력을 지닌 법조인이라는 얘기다.

온라인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관련 정보. [나무위키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관련 정보. [나무위키 홈페이지 캡처]

지난 문재인 정권 금감원장과 비교해 보면 이복현의 금감원장 임명에 대한 타당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명예롭지 못한 이력이니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이야기해보자. 지난 정권의 금감원장들은 대략 이랬다. 문재인 정부 실세그룹인 참여연대와 가까워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았던 초대 금감원장은 채용 비리에 연루돼 6개월 만에 사임했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후임자는 잦은 외유성 해외출장에다 본인이 속했던 시민단체에 5000만원 '셀프 후원'을 한 게 문제가 돼 보름 만에 옷을 벗었다. 교수 출신인 그다음 원장은 금융'감독'이 아니라 금융'파괴'를 바란다는 듯 "금융회사들과의 전쟁" 운운하며 과거 이미 정리된 '키코' 재조사에 나서는 등 금융회사를 향해 지나칠 정도의 공세를 퍼부었으나 법원에 가로막힌 채 임기를 끝내고 말았다. 누구 하나 금감원장에 적합한 능력과 이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반면 이복현 원장은 자타공인 경제 금융 범죄 전문가다. 검사·윤석열 사단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면 더 나은 인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지난 정권 당시 정치적 외압에 막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기 바라는 국민적 여론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지난 정권에서 금감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조차 이복현의 전문성이 금감원 업무와 어울린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이쯤 되면 '검사라서 안 된다'는 비판은 잠시 거두는 게 좋지 않을까.

2018년 금융감독원장 취임 당시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외유성 출장 등 논란 끝에 보름만에 퇴임했다. [중앙포토]

2018년 금융감독원장 취임 당시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외유성 출장 등 논란 끝에 보름만에 퇴임했다. [중앙포토]

현 정권 인사를 두고 '검피아(검찰 엘리트) 아니면 모피아(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엘리트 그룹)'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윤석열 정권이 과거 정권보다 지역, 성별, 직군, '어공 대 늘공' 등 여러 정치적 안배에 힘을 덜 주고 있는 건 분명하다. 좋게 말하면 능력주의지만 나쁘게 보자면 소수 엘리트 그룹의 편향 인사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검피아·모피아 논란, 숫자보다 맥락 중요 

그런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사권 행사는 '일 잘하는 사람을 쓴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공직사회, 더 나아가 국가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국정 운영의 포괄적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보고선 '검찰 출신이 다 해 먹는 것 아니냐''결국 모피아의 귀환이냐'는 식의 비아냥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검찰 출신이 정치권에 다수 진출한다면 그 맥락을 해석하고, 그 의미에 따라 찬성하거나 반대하며 논지를 전개해 나가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의 검찰 출신 중용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대검찰청이 2020년에 발행한 소책자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를 통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쓴 발간사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모겐소는 검사의 객관의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검찰의 공적인 책무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대범죄, 특히 국가범죄를 병들게 하는 거대 경제사범에 맞서 검찰의 수사 역량을 집중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모겐소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검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건국 이래 최대 부동산 비리라는 대장동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 불거졌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제 금융 범죄는 굵직한 것만 따져도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코링크 4건에 달한다. 대부분 중산층과 서민의 목돈, 특히 은퇴자금을 희생양으로 삼은 죄질이 나쁜 사건들이다. 전 세계 코인 시장을 뒤흔들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테라·루나 폭락 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온갖 경제 금융 사건을 해결하고 향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건 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임무 아닌가?

국민 눈높이에선 문제없는 검사 발탁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0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0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요즘 뉴스에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범죄의 유형이 있다. 회사나 은행 등 자신이 속한 기업에서 거액을 빼돌려 본인의 사적 투자에 써버리는 횡령범이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피해액수를 보고 있노라면 어안이 벙벙하다. 문재인 정권 5년을 겪으며 경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크게 허물어진 결과 아닐까. 제대로 된 능력을 지닌 인물을 기용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지켜진다는 한에서, 검찰 출신을 주요 공직에 앉힘으로써 범죄, 특히 화이트칼라 경제 금융 범죄 및 정치권과 결탁한 다양한 비리 및 조직폭력에 대해 강경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검찰, 그것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이 중용되는 것을 무조건 환영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권의 취약한 기반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점'이라기보다는 '약점'에 가깝다. 정치권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지니는 당사자나 범죄자가 아닌 평범한 국민의 눈높이로 보자면, 검찰 출신이 중용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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