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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착상해서" 잠수 탔다…정용국도 울린 어이없는 '먹튀'

중앙일보

입력

개그맨 정용국(사진 왼쪽)과 그가 공개한 먹튀 사례. 사진 정용국 인스타그램

개그맨 정용국(사진 왼쪽)과 그가 공개한 먹튀 사례. 사진 정용국 인스타그램

지난 3일 30대로 보이는 남성 3명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곱창 식당을 찾아 곱창전골과 소주 등 총 11만 9000원어치를 주문했다. 이들은 고급 외제 차를 타고 오는 등 행색이 초라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행이 계산 없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도 가게 측이 이른바 ‘먹튀’를 의심하지 않은 이유다. ‘술에 취해 계산을 깜빡했겠지’라며 직원과 사장은 이들을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러나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는 개그맨 정용국(45)씨가 직접 당한 일화다. 허탈했던 정씨는 인스타그램에 피해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지인에게 털어놓듯 가볍게 적은 글이었는데 피해 내용을 담은 기사가 수십 건 쏟아지는 등 뜻밖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정씨는 놀랐다고 한다. 정씨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제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이제는 일반인처럼 살고 있는데 이런 반응은 상상도 못 했다”며 “그만큼 최근 먹튀 사례가 이어지면서 여기에 공감했던 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울리는 먹튀 제보 쏟아져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최근 온라인에는 정씨처럼 먹튀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아 운영되는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 등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는 무전취식 손님에게 피해를 본 가게의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먹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하소연과 함께다.

사연 중에는 먹튀 손님들의 폐쇄회로TV(CCTV) 장면을 공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1일 경기도 안성시 주민이 모이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엔 “지난 5월 31일 오후 6시 45분쯤 계산 안 하고 간 손님 세 분 계산하러 와달라”는 한 주점의 제보가 올라왔다. 주점 측은 가게 앞 CCTV에 찍힌 여성 세 명의 얼굴을 가리고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부끄럽다” “경찰에 신고하라”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술병 치우지 말고, 후불은 조심

계산하지 않고 자리를 뜨는 손님이 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관련 대응 방안도 공유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김모씨는 “아직 먹튀 당한 적은 없지만, 주변 사장님들이 그렇게 되면 자리를 바로 치우면 안 된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이는 경찰에 신고했을 때 그릇이나 술병·술잔 등에 남아있는 지문 등 무전 취식객의 흔적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 11일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 신종 배달 먹튀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지난 11일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 신종 배달 먹튀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먹튀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회원 수 1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1일 ‘요새 유행하는 배달 먹튀 수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배달 접수 10~15분 후 주문 취소를 문의하는 손님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미 조리를 시작해 주문 취소가 곤란한 사장 사정을 악용해 “돈은 나중에 주겠다”고 말한 뒤 잠적을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글쓴이는 “새벽 시간 원룸촌에 사는 어린 남자를 조심하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참 기발하다” “그런 사람들도 진화하나 보다” 등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

“소액이라도 적극 대처”

박지훈씨가 먹튀 손님과 나눴던 대화. 사진 박씨 제공

박지훈씨가 먹튀 손님과 나눴던 대화. 사진 박씨 제공

먹튀를 당한 이들은 적극적인 대처가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입금을 차일피일 미뤘던 한 손님에게 3만 8000원을 받아낸 카페 사장 박지훈(27)씨는 “그분 말에 반응하지 않고 입금을 계속 재촉해 3~4일 만에 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해당 손님은 “시험관 준비 중인데 착상 시술을 받아 누워있어야 해 입금을 못 했다”고 사정한 뒤 잠적을 했다. 박씨는 “먼저 돈을 받고 움직이는 게 (업주 입장에서는) 그나마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커피 한 잔 값이라도 먹튀를 당했다면 신고하라” 등처럼 무전취식 행위에 경찰 신고를 꺼리지 말라는 조언이 줄 잇고 있다. 최근 경찰서를 다녀왔다는 한 자영업자는 “액수 상관없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처리되니 속앓이하지 말라”는 경험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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