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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스공사 외유성 출장 의혹…산업부, 출장자 빼고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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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2월 호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부 실무진과 기관에 “엄중 경고” 하기로 했다. 외유성 출장 계획을 실무진이 실제 작성한 사실을 확인해서다. 다만 산업부는 실제 채 사장이 해당 계획대로 관광지를 방문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계획 만든 실무진과 기관 경고”

12일 산업부 감사관실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휴일 비공식 관광 일정 수립 부적정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 경고 등 신분상 조치 및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기관 경고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실무진이 작성한 채희봉 사장 호주 관광 계획. 다만 가스공사 측은 채 사장이 해당 일정대로 관광하지 않았고, 주로 호텔에 머물며 업무 준비를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가스공사 실무진이 작성한 채희봉 사장 호주 관광 계획. 다만 가스공사 측은 채 사장이 해당 일정대로 관광하지 않았고, 주로 호텔에 머물며 업무 준비를 했다고 해명했다.

채 사장은 호주 청정수소 개발사를 만난다는 이유로 지난 2월15일부터 3월2일까지 16박17일 일정으로 호주 출장을 갔다. 하지만 출장 기간 중 비공식 관광 계획이 유출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채 사장은 주말을 이용해 바이런 베이 등대와 골드코스트·블루마운틴·오페라 하우스 등 호주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게 돼 있었다. 이동을 위해 벤츠와 BMW 등 고급 차량 임차 계획도 나와 있어 외유성 출장을 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부·차장이 계획 만들었지만 보고 안 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가스공사 측은 “실무진이 초안 수준으로 관광 계획을 만들었지만, 경영진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가스공사는 채 사장이 관광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증거로 식사 영수증도 공개했지만, 채 사장이 아닌 출장을 함께한 가스공사 직원 A씨 카드 내용만 제출했다.

산업부도 이번 감사를 통해 실무진이 비공식 관광 계획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업부 감사관실은 양 의원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공식계획서 외의 보조자료로 실무진 부장·차장 2인이 (관광 계획을) 수립 후 추가 보고는 안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휴일 일정이 없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가스공사 측이) 답변했다”고 했다.

또 산업부 감사관실은 “골든코스트 인근 식당을 30분 정도 한 차례 방문하고, 호텔 바로 인근에 있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산책 겸 갔다는 (가스공사 측) 진술을 확인했다”며 일부 비공식 관광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외유성 출장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채 사장과 출장 직원들에 대한 조치는 이번 감사 결과에서 뺐다.

관광 여부 추가 조사 없이 “출장 적절”

산업부가 부적절한 가스공사의 관광 계획 수립은 확인해 놓고, 채 사장이 이 계획대로 실제 관광을 다녀왔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채 사장이 산업부 관료 출신이라 제대로 된 감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의원은 “실무진이 관광 계획을 만든 것은 맞지만 이를 사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가스공사 해명을 그대로 수용한 게 어떻게 감사라고 할 수 있나”면서 “관련자 진술만 받을 게 아니라 실제 자료를 통해 외유성 출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감사관실은 “관련자 진술 외에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양 의원실에 설명했다.

관광 여부와 관련 없이, 2주가 넘는 장기 출장이 꼭 필요했냐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수급 우려가 커지던 때에 핵심 에너지 공기업 사장이 해외 출장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에 강도 높은 경영 평가를 예고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출장에 채 사장 일등석 항공료를 비롯해 6명 출장 인원 항공료만 4549만7800원, 체재비만 1만2300달러(약 1587만원)가 쓰였다. 또 차량 2대 임차료에만 3072만639원, 회의장 임차에 170만9365원이 들어갔다. 5성급 호텔 등을 이용한 숙박비는 별도 실비 처리됐는데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부는 “국내 수소 수요 충당 위해 호주 그린 수소 생산처 발굴이 필요했다”면서 “출장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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