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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에 저격 의원 좌표 던진다…전대 과제 된 '처럼회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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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위해 광화문포럼 해체 및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위해 광화문포럼 해체 및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선 이원욱 의원과 초선 김남국 의원의 설전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초선 강경파 그룹 ‘처럼회’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현재 이 시점에서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이라며 “처럼회, 왜 해산 안 하나. 해산을 권유한다”고 적었다. 당내에선 ‘처럼회’ 해산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건 이 의원이 처음이다.

처럼회 주축인 김남국 의원은 바로 발끈했다. 12일 페이스북에 SK계(정세균계) 핵심인 이 의원을 겨냥해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를 해체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처럼회가 계파가 아니라면 알려주시라. 저와 제 많은 동료의원은 처럼회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의원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재반박했다.

 처럼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데 모여 웃고 있다. 이 자리에 함께 자리한 이재정, 박주민 재선 의원은 처럼회 소속은 아니지만 한때 '검수완박' 국면 등에서 이들과 공동 보조를 맞췄다. 왼쪽부터 이재정, 김승원, 박주민, 최강욱, 김용민, 황운하, 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처럼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데 모여 웃고 있다. 이 자리에 함께 자리한 이재정, 박주민 재선 의원은 처럼회 소속은 아니지만 한때 '검수완박' 국면 등에서 이들과 공동 보조를 맞췄다. 왼쪽부터 이재정, 김승원, 박주민, 최강욱, 김용민, 황운하, 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두 의원의 ‘처럼회’ 해산 공방에 대해 민주당의 의원들에게선 “터질 게 터졌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그동안 처럼회의 노선과 행태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 끓어오르던 불만이 비등점에 이른 것”이라며 “계파 불문 이 의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지만 ‘검수완박’올인으로 강성 지지층 규합…영향력 극대화

2020년 21대 총선 직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김용민·김남국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결성된 처럼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주장으로 강성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맹목적 주장으로 의원단 내부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던 이들이 당의 중심으로 부상한 건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김용민 의원이 최다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다. 그 무렵 처럼회원 수도 20여 명으로 불어났다.

당시 송영길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기자 이들은 ‘언론재갈법’(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골자)을 밀어붙였다. 친문그룹 본진과는 달리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선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이재명 후보를 집단적으로 지원했고 이 후보는 이들의 주장을 대부분 공약으로 수용했다.

지난해 말 이 후보와 송 대표가 앞장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한 결과 친조국 성향 당원 3~4만 명이 추가로 유입된 뒤론 이들의 목소리가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던 친문 중진 의원조차 “처럼회당으로 전락했다”고 말할 정도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결국 검수완박 당론 입법에 나서도록 지지층을 선동한 것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어 주겠다는 과거 원구성 합의를 파기하도록 분위기를 잡은 것도 이들이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들의 집단적 지지에 의존했다”며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그 대가”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중도·합리 성향이던 조정식·김진표 의원이 모두 당파성 과시 경쟁에 나선 것도 처럼회와 이들을 뒷받치는 강성 권리당원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최강욱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최강욱 의원.

지지층 이용 동료 압박…“처럼회 극복이 최대 과제”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한 건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자신들의 의사 관철을 위해 동원하는 이들의 행태 때문이다. 친문재인계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 등에서 일부 의원들이 온건론을 제기하면, 처럼회가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이들의 실명을 중계하는 식”이라며 “한번 좌표가 찍혀 문자·전화·팩스 테러에 시달리고 나면 이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이 안건으로 올랐던 지난 4월 5일 비공개 의원총회는 이 같은 압박술의 대미였다. 당시 기동민 의원은 본론에 앞서 “의원이 동료 의원을 상대로 ‘좌표찍기’를 해서 되겠냐, 함부로 발언자 실명을 바깥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 출신 이종원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구독자 58만명)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 의원을 포함한 주철현·김회재·오기형·조응천 의원 등을 ‘검수완박 5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여지없이 문자·전화 테러에 노출됐다.

처럼회와 강성 지지층 간의 제휴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 논란 때 재확인됐다. 이재명 의원의 2030 여성 지지층인 ‘개딸’은 한때 자신들이 ‘불꽃 대장’이라고 치켜세우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돌연 날을 세웠다. 박 전 위원장이 최 의원에 대한 징계를 지시한 게 계기였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유튜브 관계자들을 만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한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윤 의원 페이스북]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유튜브 관계자들을 만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한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윤 의원 페이스북]

최근 처럼회원의 동료 의원 저격은 보다 노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동작을) 의원은 지난 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울면서. 본인들이 다 망쳐놓고”라고 말했다. 이후 문자테러에 시달려 온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윤영찬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언 맥락상 저를 가리킨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쯤 되니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라.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탈감까지 들었다”고 적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은 “처럼회와 개딸들의 폭주를 어떻게 극복·제어하느냐가 다음 전당대회에 나서는 주자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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