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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뒤흔든 LIV, 뚜껑 열어봤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라운드 티샷을 앞두고 필 미켈슨(오른쪽)이 더스틴 존슨을 반기고 있다. 주최 측은 영국 의장대 복장을 한 스탭을 세웠다. [AP]

1라운드 티샷을 앞두고 필 미켈슨(오른쪽)이 더스틴 존슨을 반기고 있다. 주최 측은 영국 의장대 복장을 한 스탭을 세웠다. [AP]

지난 1년여 골프계를 뒤흔든 사우디아라비아 후원의 새로운 골프리그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이 12일 개막전을 끝냈다.

대회를 앞두고 시끄러웠다. 선수들은 “만약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회를 만든다면 그래도 가겠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LIV에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미국 기자가 기자실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9일 밤 선수들의 티샷을 하자마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선수들의 자격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LIV로 간 PGA 투어 선수들이 늘었다. 거물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에 이어 11일 사우디 반대파인 펫 페레스가 LIV 합류를 선언했다.

페레스는 지난 2월 사우디 리그에 참가하는 필 미켈슨을 맹비난한 선수다. 그는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사우디 리그에 참여한다는 미켈슨의 말은 다 헛소리고 돈 때문이다”라고 두 차례나 말했다.

페레스는 “더스틴 존슨이 팀에 합류하라고 요청했다. 대회 수가 적어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공중 곡예 비행팀이 최종 3라운드를 앞두고 대회장 주위를 비행하고 있다. [AP]

공중 곡예 비행팀이 최종 3라운드를 앞두고 대회장 주위를 비행하고 있다. [AP]

영국 런던 인근 센추리온 골프장에서 끝난 개막전에서는 찰 슈워젤이 합계 7언더파로 우승했다. 개인 우승 상금 400만 달러에 팀 경기에서도 우승, 75만 달러를 추가 약 61억원을 받았다.

슈워젤은 루이 우스트히즌, 브랜든 그레이스, 헨니 듀 플레시스 등 남아공 선수들과 스팅어라는 팀으로 출전했다.

LIV 일반 대회 상금은 2500만 달러다. 일반 PGA 투어 대회의 3배 정도다. LIV 골프의 커미셔너이자 CEO인 그렉 노먼은 “선수들이 상금을 받는 순간이 바로 (고루한) 골프계의 상황이 바뀌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방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48명이 참가한 샷건 방식이라 경기 시간이 5시간 정도로 짧고 동시에 경기가 끝났다.

선수들은 팀의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선수들이 “기존 스폰서들이 반발해 계약을 끊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LIV 측은 장기적으로는 팀 로고와 팀 스폰서의 로고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 자동차 경주 F1 스타일로 경기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에 리더보드가 들어간 TV 중계 화면은 F1 중계와 흡사했다. 개인전과 소속팀 성적을 두루 볼 수 있고 선수 이름 옆에 국기 대신 팀의 로고가 있다. 게임 중계와도 비슷하다.

LIV는 반발이 큰 미국에선 방송사를 통해 중계하지 못했다. 대신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고 페이스북, 유튜브 중계도 했다. 한국에서는 MBC스포츠, SBS골프, SPOTV 골프&헬스에서 동시 중계했다.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중계권을 그냥 줬다고 한다.

개막전은 중계와 별도로 코스 내의 상황을 넷플릭스가 고용한 방송팀이 촬영했다. 경기 내용은 물론 현재 일어나는 논란도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LIV 골프의 CEO인 그렉 노먼이 연설하고 있다. 노먼은 선수들의 권리와 재미있는 골프를 주창했다. [EPA]

LIV 골프의 CEO인 그렉 노먼이 연설하고 있다. 노먼은 선수들의 권리와 재미있는 골프를 주창했다. [EPA]

LIV는 로마자로 54로 3라운드 대회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파 72코스의 18홀 모두 버디를 했을 때 나오는 스코어로 사실상의 최저 점수다. 골프 대회는 72홀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깬다는 의미도 녹아 있다.

인권이 좋지 않은 사우디에서 돈을 대는 리그라 스포츠워시(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 논란이 크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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