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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안전운임 연장 검토 속 '500만원 과태료' 규정 놓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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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화물 안전운임제의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전운임 위반 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규정을 놓고 논란이다. 화주들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며 폐지를 요구하지만, 화물연대는 엄정한 집행을 주장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돼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조항도 시행령에 함께 마련됐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시장에서 제대로 운영되도록 강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사실상 화주와 운송사에 한정되면서 초기부터 이들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

 안전운임 시행을 앞둔 2020년 초 국토부가 화주와 운송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안전운임제 설명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물류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폐인가""누구를 위한 안전운임인가" 등의 플래카드까지 동원했을 정도다.

 현장에선 "제도 취지는 동의하지만 이번 제도는 우리만 희생하라는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고 한다. 또 처벌규정을 두고선 "말이 안 되는 액수의 과태료(500만원)"라며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면 범법자가 되는 운송사 관계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기 의왕시 의왕ICD에 화물차가 멈춰서 있다. [뉴스1]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기 의왕시 의왕ICD에 화물차가 멈춰서 있다. [뉴스1]

 화주와 운송사들의 이러한 입장은 현재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무역협회 등 화주단체를 중심으로 처벌규정을 폐지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고 한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도  "화주들은 안전운임으로 인해 물류비용이 늘었다는 점뿐 아니라 500만원 과태료 규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며 "외국에도 이런 처벌규정은 없지 않으냐는 항의도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 품목에 안전운임과 이에 따른 처벌규정을 도입했던 호주 중앙정부도 화주·운송사의 반발과 실질적인 교통안전 효과 등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 속에 4년 만에 제도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특정 서비스의 가격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화주와 운송사들의 항의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오히려 처벌규정이 있는데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안전운임 신고센터에 접수된 1000여건 가운데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을 담보할 강제 규정의 효용성은 인정하지만, 화주와 운송사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과도한 사항은 다자간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와 화물연대 지도부 면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면담. [연합뉴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면담.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어명소 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 지도부와 면담한 데 오전 11시부터는 실무진 간 대화자리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지금이라도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4200여명이 철야 대기했으며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7500여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화물연대 조합원(2만 2000명)의 약 34% 수준이다.

 부산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국지적으로 운송방해행위가 발생해 평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했지만, 아직 큰 문제는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또 화물선에 선적된 화물차의 하선을 방해한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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