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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청년 취업·소득 증대 없는 출산율 정책은 공염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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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한·중·일 '발등의 불' 인구 감소

최근 한·중·일 동북아 삼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국 모두 미·중 무역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출 여건도 불안해지고 있다. 내부 상황 역시 좋지 않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은 삼국 모두 직면한 인구 감소 충격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한·중·일은 인구가 성장을 견인하는 인구 보너스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잠재성장률 저하를 의미한다. 결국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함께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는 심각한 경제 문제가 된다.

인구 줄면 경제 역동성도 떨어져 #중국, 올 처음으로 인구 줄어들듯 #한국 최대 적은 핵보다 인구문제 #출산·육아 가능한 환경 서둘러야

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1. 머스크가 경고한 일본 인구 감소
 일본의 인구 감소 충격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참견하고 나설 만큼 심각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머스크가 지난달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 주목했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사망률을 다시 앞지르지 않으면 일본은 사라진다”며 “세계에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머스크가 트윗을 날린 계기는 일본 인구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년 만에 64만4000명 줄었다는 뉴스였다. 일본의 인구는 2011년 이후 11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뉴스를 근거로 일본이 사라진다고 우려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인구학자들의 분석을 보면 지나친 우려는 아니다. 상당수 인구학자는 합계출산율이 1.3을 밑돌면 초저출산 사회라고 분류한다. 일본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3년에 걸쳐 초저출산 상태였다. 당시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개발연구소는 충격적 전망을 내놓았다. 2004년 당시 합계 출산율 1.29가 지속하면, 일본의 총인구는 200년 후 1000만 명 이하로 줄고 2340년 100만 명대를 거쳐 3300년에는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극단적 가정에 따라 일본 열도가 무인도가 된다고 전망했다.

 이 경종이 먹혔는지 일본은 2012~2018년 출산율이 1.4 수준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5일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 충격을 거치면서 결혼과 임신, 출산이 모두 후퇴하며 출산율이 1.3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전부터 출산율이 감소해왔다는 점이다. 출산율은 6년 연속 낮아졌다. 일본총합연구소 후지나미다쿠미(藤波匠) 수석연구원은 “젊은 세대의 출산 의욕 감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0년 이전에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육아 환경이 걸림돌로 꼽혔으나 지금은 출산 의욕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이를 낳으려는 의욕이 없는 한, 보육원을 확충하고 아빠에게도 육아 휴직을 장려해봐야 예전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 의욕이 낮아지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취업과 소득 문제다. 현재 일본의 40대 후반 대졸 남성의 평균 실질 수입은 50대가 10년 전 받았던 것보다 약 150만엔(약 1500만원) 적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세대가 젊을수록 실질 수입은 더 줄어든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남성이 중시하는 배우자의 조건으로 경제력의 중요성은 1992년 27%에서 2015년 42%로 치솟았다.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젊은층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을 호전시켜야 출산율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 100년 후 중국 인구 4억 명으로
 인구대국의 저출산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를 앞세워 세계 최대 시장으로 도약했으나 최근 그 장점을 서서히 잃고 있다. 2021년 중국의 출생자 수는 1062만 명으로 1949년 건국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를 뺀 인구의 자연증가율은 0.03%로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이 추세로는 올해부터는 중국이 올해부터 인구감소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FT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불러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당황한 중국 공산당은 1978년 도입한 한 자녀 정책을 2016년 두 자녀 정책으로 완화한 데 이어 2021년부터 세 자녀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이 올라갈 조짐은 안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인구와 세계’ 특집기사에서 세 자녀 정책에 대해 싸늘한 최근 중국의 여론조사를 소개했다. 응답자 90%가 “셋째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고, “아이가 필요 없다”는 응답이 25%에 달했다.

 중국 역시 청년 취업을 비롯한 경제 문제가 걸림돌이다. 중국은 설상가상으로 육아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인프라까지 빈약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중국 아동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2%로 세계 평균 1.1%를 크게 밑돈다. 중국 인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4억 인구가 100년 후에는 4억 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친다. 미 위스콘신대의 인구 전문가 이푸셴(易富賢) 연구원은 “중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50년 7억5600만 명으로 지금부터 30년간 2억 명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중국의 명목 GDP가 2033년 미국을 추월하지만 2050년에는 재역전된다”고 보고 있다. 그 무렵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금의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GDP에 대한 의료·사회보장 지출은 현재 10%에서 2050년에는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사회보장비 팽창은 성장을 위한 투자뿐만 아니라 공산당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국방비와 치안유지비의 억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지금 성장률 저하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0년(10.6%)부터 두 자리 성장률 시대의 막을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올해는 4.4%, 내년에는 5.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특단의 대안이 필요해졌다.

 이 흐름은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주석의 경직된 정책이 지난 20년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실용주의를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 기간 세계 GDP 성장의 25%를 기여하면서 지난 80분기 가운데 79분기 연속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국가 주도이긴 해도 실용주의를 앞세워 시장경제를 과감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인데, 시 주석이 국가 자본주의의 고삐를 죄면서 중국 경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4월 소비자 판매는 1년 전보다 11% 감소했다. 두 달 넘게 상하이를 봉쇄하며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던 ‘제로 코로나’정책이 완화되고 있지만, 성장률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고학력일수록 아이 많이 낳을 확률 높아
 동북아 삼국 중 인구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2001년 이후 인구 감소의 위험수위로 꼽히는 1.3 위로 출산율이 올라간 적이 없다. 2021년 0.81까지 내려온 출산율이 올해에는 0.7명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월 발표된 2019년 인구통계에서 한국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처음으로 앞지르자 “한국이 직면한 위협이라면 북핵 문제부터 떠오르지만, 인구 감소가 더 절박한 문제”라며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을 분석했는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을 드러냈다. NYT 인터뷰에 등장한 젊은 청년들은 “아이를 낳아도 키울 여력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들은 경력단절 우려가 컸다. 이렇게 가면 결국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고령자 부양을 위한 사회보장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출산율 제고를 위해 200조원을 투입했다. 뉴욕타임스는 “문재인 정부도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게 됐다. 젊은층이 결혼을 미루고 출산·육아를 기피하는 경제환경부터 바꿔야 출산 의욕을 가질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일 “1970년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부터 고학력·고소득 여성일수록 자녀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부양할 여건만 되면 출산 확률이 커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