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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려고 아이돌 만든다고요? 다른 사업 하세요[나는 아이돌 기획자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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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미의 ‘나는 아이돌 기획자다’ (2)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K팝 산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 유입되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유치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UN 총회에서 연설을 한 BTS. [사진 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K팝 산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 유입되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유치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UN 총회에서 연설을 한 BTS. [사진 빅히트뮤직]

최근 K팝 뿐만 아니라, K콘텐트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뷰티 할 것 없이 한국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으며 음악 산업의 경우 기존의 동남아 지역 뿐만 아니라 미국, 남미, 중동 등으로 그 지역이 확장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현상이다. 물론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우려가 콘텐트 업계에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 자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모든 기획사에게 좋은 기회다.  

특히 아이돌 시스템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지켜보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은 막대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문제는 대규모 자본을 유치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은 물론 인력, 시간, 효율적인 운영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돼야 하고, 설령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100%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 자본 규모가 크면 성공 확률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엔터4사 2021년 실적.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엔터4사 2021년 실적.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K팝 기획사의 산업 구분은 ‘서비스업’으로 돼 있다.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인 것이다. 세부 업무는, 기획사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음반기획, 제작, 판매 및 대행업, 연예매니지먼트사업, 프로모션, 공연, 행사 기획 및 대행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사업 영역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서비스 혹은 출판업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등록 기획사(대중문화예술기획업)는 무려 3868개(2021년 10월 기준)다. 이는 가수 매니지먼트사 뿐만 아니라 배우,예능,공연 등이 포함된 수치이긴 하다.

예전에는 가수가 연기를 하거나(특히 아이돌이) 타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금기 시 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준비 단계부터 광범위한 활동 영역을 고려해 트레이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병행하거나 어느 정도 활동을 하고 난 뒤 개인 활동 시기에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연기자를 준비하다가 기획자 눈에 띄어 아이돌로 데뷔한다. 최근에는 장르 간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분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1~4세대 K팝 아이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4세대 K팝 아이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렇다면 기획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유통사 혹은 일부 대기업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다. 기존 사업 영역과의 시너지가 날 경우에 초반부터 대규모의 자본 투자해 계열사를 만들거나 확장한다. 두 번째는투자금을 모아 시작하는 방법이다. 일부 금액을 투자 받거나, 대표가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개인이 투자(창업)해서 시작되는 경우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음반 기획사가 시장의 신뢰를 받고 ‘K팝 산업’으로 인정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무수한 기획사 중 상장사는 아직 10개도 안된다. 대형주 위주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상장은 하이브가 유일하고 일부 대형 음반 기획사(SM,JYP,YG,FNC,큐브 등)가 코스닥에 올라와 있다.

그만큼 자본을 투자해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그 회사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 가치나 성과를 인정받는 회사로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결과를 냈다고 해도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예상보다 적지 않은 자본과 시간, 공이 들어간다는 방증이다.

산업이기 때문에 자본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자본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 받는 것도 아니다. 올해 앨범을 내고 성공적인 활동을 한 그룹이 내년에도 인기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마디로 예측불가능하고, 리스크가 높으며 컨트롤마저 어려운 사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획사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목표엔 당연히 이윤 창출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윤 창출만이 목적이라면, 난 기획사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대형, 중소형, 해외, 정보통신(IT) 계열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지난 15년 간 다양한 규모와 구조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획사 또는 서비스사를 두루 거치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다.

돈만이 목적인 곳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K팝 기획사 종사자들은 음악 혹은 음악과 연관된 콘텐트와 아티스트 등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가치를 알고 애정을 갖고 있다. 문화 콘텐트라는 매력적인 도구를 통해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 다른 상품을 파는 산업과 다르다. 이게 기획사의 존재 목적이자, 시작의 이유다. 초심을 잃지 않고 회사를 유지하는 일은 또 다른 이슈지만.

산업 특성상 “사람으로 장사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매개로 하는 콘텐트라는 점이 매력이 되기도 하고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다. 이런 특성을 가진 회사에서는 리더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목표나 방향성이 잘 공유되는 기업 문화가 특히 중요하다. 만들고 싶은 콘텐트가 어떤 것인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가 정해지면 이게 곧 장기 방향이 된다. 장기 방향은 단순히 ‘아이돌 키워 돈을 벌자’와 같은 단기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나은 결정과 선택을 하게 하는 힘이 된다. 동시에 아티스트가 프로 의식을 가지고 연습하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실을 방문한 BTS를 취재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 워싱턴=UPI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실을 방문한 BTS를 취재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K팝 기획사 이미지는 대개 신인에 대한 불공정 계약을 하고 10대 청소년의 꿈을 볼모로 삼아 공장처럼 아이돌을 ‘찍어내는’ 곳이다. 치열한 시장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랬던 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나도 일부 회사 또는 개인의 파렴치한 일들을 듣고 보면서 같이 분노하기도 했고, 지금도 그런 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부의 문제를 K팝 산업 전체의 문제점으로 확대해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행히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이 산업에 대해 궁금해 하고 관심도 많이 생겼다.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종사자로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윤선미 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본부 총괄 이사

JYP 엔터테인먼트 기획ㆍ마케팅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5년 째 K팝 콘텐트 기획ㆍ제작ㆍ마케팅을 하고 있다. FNC 엔터테인먼트, 다날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친 뒤 현재 회사에서 브랜드 기획·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백아연, AOA, 체리블렛 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일했다. 엔터테인먼트 교육 플랫폼 엔터잡에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엔터 실무자를 위한 『빅히트 시그널』이 있다.xyz.project2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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