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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신호위반 사고 낸 노인…“중대 과실 아냐” 보험금 돌려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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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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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신호위반 사고를 낸 뒤 숨진 노인에게 중대 과실을 적용해 보험금을 환수하는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신호위반 사고를 낸 뒤 치료를 받다 숨진 노인 A씨의 유족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 새벽에 승용차를 운전하다 빨간 불에 교차로에 진입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는 의식을 잃고 입원해 치료받다 지난해 8월 숨졌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해당 사고가 A씨의 중대 과실로 발생했기 때문에 A씨 측에 지급한 보험금 5500여만 원을 환수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유족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보험급여 제한 사유가 되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77세의 고령이었던 노인이 난청과 초기 백내장을 앓았던 만큼, 운전 중 돌발상황에 대처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뒤떨어져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그를 기소 유예 처분한 것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도 A씨의 나이, 건강 상태, 사고가 날 당시의 시각, 날씨, 교통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의 과실 정도가 매우 크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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