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창명도 '음주'는 무죄받았다…측정 못했을 때 法 판단은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법알

그법알’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그법알 사건번호 42] 혈중알코올농도는 어떻게 ‘추정’할까

김모(48)씨는 음주운전으로 1‧2심 모두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해 새해 첫날,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발단이었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후 5시께 셀프 세차장까지 약 4㎞ 구간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붙잡혔는데요. 이때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로 측정됐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런데 조사 중 1시간 반 전인 오후 3시 30분께에도 술을 마신 상태로 14㎞ 거리를 운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김씨의 진술과 마신 술의 양, 김씨 몸무게 등을 기초로 1차 음주운전에 대해서 0.041%의 혈중 알콜 농도의 추정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은 지난 2019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높아졌는데요. 이에 기반해서 김씨에게는 1‧2심 모두 벌금 2000만원이 매겨졌습니다.

여기서 질문

제대로 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없이 추정치로 잡힌 음주운전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관련 법률은

이번엔 법률 대신 ‘공식’을 소개하겠습니다. 평소 술을 마시는 운전자였으면 들어봤을 법한 바로 위드마크(widmark) 공식입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가 만든 것으로, 통상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라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으로 추산하는 방식입니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측하는 경험칙의 하나이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마신 술의 양이나 마신 시간, 체중 등이 필요합니다.

법원 판단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유명한 법언이 있는데요. ‘위드마크’ 공식에 대한 법원 판례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라고 6일 밝혔습니다.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해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마디로 김씨에게 가장 유리한 변수를 대입하면 “1차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41%로 기소→2심은 혈중알코올농도 0.0515%에 해당한다고 판단)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해당 규정 위반 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옛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가 위헌 결정을 받은 것도 대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이창명이 2017년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면서 울먹이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위드마크 공식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9월 21일으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이날로 미뤘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이창명이 2017년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면서 울먹이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위드마크 공식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9월 21일으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이날로 미뤘다. 연합뉴스

방송인 이창명씨의 2018년 음주운전 무죄 판결도 대표적으로 위드마크 공식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으로 꼽힙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기소된 그는 사고를 내고 도주한 데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지만,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9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한 이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면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0.05% 이상이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2심과 대법원판결에서 이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위드마크 공식’이 능사는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주변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 분석, 주점 영수증, 사고기록장치(EDR)의 시동 시간 등으로 정확한 음주 시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법원이 음주운전에 관대하다’는 신호로 오인하면 안됩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