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만 피워라' 유혹...의지는 죄가 없다, 담배 못끊는건 '이것'탓

중앙일보

입력 2022.06.05 21:14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씨가 금연 공익 광고에 출연한 모습. [중앙포토]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씨가 금연 공익 광고에 출연한 모습. [중앙포토]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2002년, 폐암 투병 중이던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가 공익 광고에 나와 당부했던 말이다. 한국 성인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담배를 피울 때였다. 지난해 성인 흡연율은 19.1%(질병관리청 지역건강통계)로 20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2019년 기준 12조원에 이르는 등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흡연율 자체는 감소했지만, 흡연자의 흡연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졌다. 질병청에 따르면 흡연자가 하루 평균 피우는 일반담배 수는 2019년 12.4개비에서 2020년 13.5개비로 늘었다.

“흡연, 환경에도 악영향”

서울금연지원센터 중소규모사업장근로자파트장 이연우(28) 상담사는 “흡연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양폐기물 중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담배꽁초의 비중이 높다. 바다로 유입된 담배꽁초로 인한 해양 오염도 심각하다”고 했다. 실제 환경단체들이 지난해 바닷가에서 수거한 쓰레기 약 27만개 중 담배꽁초가 약 6만 3000개(27%)로 1위를 차지했다. 환경부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약 1246만개에 달했다.

이 상담사는 “니코틴 등 담배 안에 들어 있는 각종 물질이 물에 들어가면 해양 생물에게, 토양에 흡수되면 식물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액상형 담배 역시 플라스틱 카트리지 규격도 다양하고, 분리 배출을 잘 안 하는 데다 니코틴 액상이 묻어서 배출되다 보니 재활용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지만의 문제 아냐”

이연우 서울금연지원센터 중소규모사업장근로자파트장. 이병준 기자

이연우 서울금연지원센터 중소규모사업장근로자파트장. 이병준 기자

이 상담사는 “금연은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직장 상사 때문에, 아니면 회식 자리에서 옆에서 ‘한 대만 피워라’고 하는 바람에 금연자가 담배를 다시 피우기도 한다”며 “분위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위 사람들에게 최대한 ‘금연한다’고 말하고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족이나 자녀에게 금연 약속을 하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 상담사는 “(금연에 실패한 사람) 대부분이 ‘내 의지가 약했다’며 자책하고 부끄러워한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주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금연을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해 기관을 찾아오는 사람도 적은 편인데, 도움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이용자는 지난해 1~9월 약 62만 명이었다. 이 중 15만여명이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했다.

민간요법 효과, ‘왜 땡기는지’에 따라 다르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다. 뉴스1

금연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왜 담배가 ‘땡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손이 심심해’ 피우는 경우는 악력기가, ‘입이 심심해’ 피우면 사탕을 먹는 게 도움이 되는 식이다. 이 상담사는 “사람마다 맞는 방법과 안 맞는 방법이 다르다. 금연 상담에선 회차별로 다른 행동강화 물품을 지급하고 맞는 방법을 찾는다”며 “특히 직장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데, 커피를 함께 끊으면 효과가 좋다”고 했다.

이 상담사는 가톨릭대에서 보건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산학협력단 연구원 신분으로 2019년부터 서울금연지원센터에서 근무해 왔다. 현재는 300인 이하의 회사와 공장 등에서 출장 금연 상담·교육을 맡고 있다. 서울금연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지역 금연지원센터 17곳 중 하나로, 4박 5일로 진행되는 ‘금연캠프’와 ‘찾아가는 금연 서비스’ 등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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