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드론·저축은행 금리보다 싸다…인뱅 가계대출 올해 4조 증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8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일보.

올해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8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일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이 올해 들어 4조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조원 가까이 줄었다. 국내외 주식시장 위축과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고신용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는 줄었지만 중·저신용자의 생활비 등의 대출은 꾸준히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26조544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100억원 늘었다. 케이뱅크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881억원 증가한 8조4900억원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공격적 영업을 펼치는 만큼 대출 잔액은 늘어났을 것으로 은행권은 분석한다. 토스뱅크의 지난 4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2조8354억원이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대출 잔액이 월평균 약 4000억원씩 증가했다.

토스뱅크의 지난달 증가액을 이렇게 추산하면 지난달 말 기준 3대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대출 잔액은 38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말(33조4829억원)보다 4조원 넘게 늘어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701조3954억원)은 한 달 사이 9963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7조6575억원 줄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강화되고, 대출 이자가 늘면서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규 대출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게 은행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저신용자 생활비 대출 꾸준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중·저신용자를 겨냥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은 생활비·생계비 목적인 경우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다. 인터넷은행은 이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이자를 깎아주고,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7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보증부 대출 상품인 ‘케이뱅크 사장님 대출’을 내놨다.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연 3.42%의 동일한 금리와 첫 달 이자 지원 등을 내걸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인터넷 은행 처음으로 개인사업자를 위한 ‘사장님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선보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2금융권 중·저신용자의 대환(대출 갈아타기)수요도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3대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6.52%다. 같은 기간 34곳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연 14.7%)보다 절반 이상 낮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생활비 목적의 대출 수요가 꾸준한 데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대환 수요도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압박에 중금리 대출 확대  

연합뉴스.

연합뉴스.

인터넷은행이 경쟁적으로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서는 건 금융 당국의 압박에도 이유가 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중심의 영업을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비율을 25% 채우는 게 목표다. 토스뱅크의 중금리 대출 목표치는 42%다.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늘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지난 1분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기준)은 31.4%로 가장 높다. 지난해 말(23.9%)보다 7.5%포인트 늘었다. 뒤를 이어 케이뱅크(20.2%)와 카카오뱅크(19.9%) 순으로 집계됐다.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문제는 대출 건전성 관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 무리한 중금리 대출 확대는 취약계층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중·저신용자의 대출상환능력을 꼼꼼하게 따져 부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오는 9월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 유예조치가 끝나면 은행권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크게 늘 수 있다”며 “중·저신용자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도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