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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공간, ‘디올 성수’의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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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공간, ‘디올 성수’에 대한 이야기다. 디올 성수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서울 성수동에 만든 대형 매장이다. 최근 럭셔리 산업이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2015년 이미 서울 청담동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디올이 명품이 집중된 유통상권에서 벗어난 성수동에, 그것도 기존에 있던 건물에 입주하는 게 아닌 건물을 새로 지어 올리며 막대한 투자를 했다는 것은 기존의 명품 업계의 논법에서 벗어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문을 연 디올의 컨셉 스토어 '디올 성수'. [사진 디올]

지난 5월 1일 문을 연 디올의 컨셉 스토어 '디올 성수'. [사진 디올]

성수동에 디올이 들어왔다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일단 지난 4월 30일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디올의 2022년 가을 여성복 패션쇼가 주요했다. 여기서 보여준 컬렉션과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마련한 것. 이는 디올이 밝힌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이기도 한데, 디올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에서 개최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 패션쇼를 기념하는 의미로 성수동 중심부에 새로운 컨셉 스토어를 오픈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연 이유가 이것뿐일까. 서울에 상상을 초월한 자본과 리소스가 필요한 두 번째 대형 매장을 마련한 데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시장에서 올린 성공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을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실제로 디올이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올의 한국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6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6.8%가, 불과 4년 전인 2017년에 비해서는 10배나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한국에 두 개의 대형 독립매장을 운영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두 매장의 컨셉은 다르다. 청담동 매장의 공식 이름은 ‘하우스 오브 디올’, 성수동 매장은 ‘디올 성수 컨셉스토어’다. 청담동 매장은 디올의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고, 성수동 매장은 컨셉을 보여주는 한시적 공간이라는 의미다.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디올 성수에서 진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는 이 이유를 “젊고 힙한 동네의 대명사가 성수”라며 “세계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고, MZ세대가 가장 활동적인 바이브를 만드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안정적인 매출을 보여줄 수 있는 강남권을 벗어나 MZ세대의 문화 중심지에서 직접 이들을 만나겠다는 전략이다.

디올 성수. [사진 디올]

디올 성수. [사진 디올]

그런데 왜 이렇게 핫해
디올 성수는 한국 최초의 디올 패션쇼 개최 바로 다음 날인 5월 1일에 문을 열었다. 패션쇼에 공개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집중해 전시하고, 디지털 가상 공간을 여는 등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매장엔 별로도 준비된 앱을 통해 사전 예약에 성공한 사람만이 방문할 수 있었는데, 집중된 관심에 예약 사이트가 오픈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지금은 현장 방문도 가능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한두 시간의 대기는 각오해야 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과연 어떤 공간이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디올 성수를 직접 찾아가 샅샅이 들여다봤다.

관전 포인트1 ㅣ MZ세대를 감탄시킨 기획력

‘와우 포인트(Wow point)’라는 용어가 있다. 보는 순간 감탄사 ‘와우’ 소리가 터져 나올 만큼 놀랄만한 부분을 뜻하는 말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콘텐트나 마케팅 등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분야에 두루 쓰인다. 어떤 콘텐트이던 간에 이 와우 포인트가 있어야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그래야 ‘성공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디올 성수라는 공간의 모습 자체가 바로 와우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성수동에 아무리 멋진 공간이 많다고 해도, 이 공간을 보자마자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올 만큼 의외성이 있다. 여기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드는,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물린 화려하고 웅장한 공간의 자태는 콘텐트에 목마른 한국의 MZ세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디올 성수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수동 골목에서 만나는 파리’라 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정도 거리, 공사가 한창인 건물과 공장들을 지나서야 만날 수 있는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 건물 사이를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디올 성수가 나오는데, 이 순간 그 모습에 감탄사가 터져 나오면서 보는 이를 프랑스 파리의 어디쯤으로 순간 이동시킨다.

프랑스 파리 몽테뉴 30가에 있는 디올하우스의 모습. [사진 디올]

프랑스 파리 몽테뉴 30가에 있는 디올하우스의 모습. [사진 디올]

관전포인트2 ㅣ 헤리티지를 2022년의 건물로

이 건물은 1946년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만든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있는 첫 디올하우스 건물을 계승해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건물의 전체적인 외관과 창문의 형태는 파리 디올하우스 건물이 가지고 있는 오스만-부르주아 양식을 연상시키지만, 이에 영국 런던 시작해 유럽 전역에 퍼진 크리스털 팰리스의 건축 양식을 도입했다. 설계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이 맡았다. 잘리콩은 루이비통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건축물을 설계해온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가다. 대중에는 예술의전당 앞 아쿠아아트 육교와 홍천 소노팰리체를 만든 건축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고전과 현대를 절묘하게 결합한 건축양식 덕분에 디올 성수의 첫인상은 마치 동화 속 유리궁전 같다. 건물 전체에 빛이 투영되는 느낌이 마치 얼음으로 만든 공간 같은 환상적인 이미지를 뿜어낸다. 언뜻 보기엔 5층 정도의 건물 같지만, 저층 건물 외곽을 금속과 유리로 만든 커튼월로 높게 세운 개방형 구조다. 하층부는 은색 금속 소재 벽에 유리를, 상층부는 금속 매시(철망)로 파사드를 만들어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고대 로마 검투장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건물엔 디올의 헤리티지가 절묘하게 담겨있다. 외벽 파사드의 창문은 몽테뉴 30가 디올하우스 창문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창문 위에는 디올의 이니셜 CD를 음각으로 새기고, 건물 꼭대기엔 별 모양 조형물을 달아 멀리서도 이곳의 디올의 공간임을 표현했다. 특히 별은 디올이 가진 헤리티지 중에서도 의미가 큰 상징물이다. 디자이너 디올이 자신의 브랜드를 열기로 결정한 계기를 준 물건이기 때문이다.
디올은 1947년 42세라는 나이에 자신의 브랜드를 세웠다. 가브리엘 샤넬(29세), 위베르 드 지방시(25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22세) 등 동시대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나이다. 46년 디올은 당시 ‘코튼의 왕’이라 불렸던 사업가 마르셀 부싹에게 자신의 회사에 아티스틱 디렉터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자리가 썩 내키지 않았던 그는 부싹과의 만남 전날, 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거리를 걷다가 발에 무언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 물건은 마차의 별 모양 장식물이었는데, 이를 ‘신의 계시’로 생각한 그는 부싹의 회사에 들어가는 대신 투자를 받아 자신의 브랜드 ‘디올’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별은 디올의 가장 사랑하는 디자인 모티프로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다.

디올 성수의 커튼월 파사드. 윤경희 기자

디올 성수의 커튼월 파사드. 윤경희 기자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도움을 준 별 문양. [사진 디올]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도움을 준 별 문양. [사진 디올]

관전 포인트3 ㅣ 한국과 프랑스 문화의 절제된 결합

대문과 건물 입구 사이, 양쪽으로 마련된 작은 정원은 빼놓을 수 없는 이 공간의 백미다. 생전 디자이너 디올이 사랑을 쏟았던 꽃과 나무가 가득했던 그랑빌 생가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마련한 공간이다. 정원을 만든 한국 1대 조경 디자이너 전영선 교수팀은 “이 공간에 당도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프랑스 정원이면서도 한국식 정원이길 바랐다. 그래서 정원 앞쪽엔 디올이 생전에 좋아했던 장미·은방울꽃·라벤더 등 원예종이 많지만, 뒤쪽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란·작약과 소나무를 중심으로 잡고 매발톱꽃 같은 한국 토속식물을 많이 심었다.
건물 안에서도 한국적 정서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특히 신발을 전시한 슈즈존의 벽을 눈여겨봐야 한다. 디올이 스카프와 북토트 백에서 즐겨 사용하는 트왈 드 주이(Toile de Jouy) 패턴을 벽지로 만들어 장식했는데, 여기 사용한 종이가 무명 섬유와 천연 목재 펄프를 혼합해 만든 전통 한지다. 트왈 드 주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주이 앤 조사스(Jouy-en Josas)'가 만든 날염 직물로, 소·표범·나무 같은 자연주의 문양이 특징이다. 디자이너 디올이 이를 좋아해 즐겨 사용했는데, 여기에 있는 동물 그림이 묘하게 한국 민화와 닮아있다.
또 매장엔 폴리스티렌 폼으로 조각한 이광호 작가의 의자와 자연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정화 작가의 스툴 등 한국 작가의 작품들이 주요 공간마다 배치돼 있다. 매장 안쪽에 있는 ‘카페 디올’은 디스트릭트(d’Strict)와의 협업으로 디자이너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랑빌 저택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다.

디올 성수 내부에서 처음만나는 공간의 백미, 정원. 윤경희 기자

디올 성수 내부에서 처음만나는 공간의 백미, 정원. 윤경희 기자

신발 뒤쪽으로 보이는 벽지가 트왈 드 주이 패턴의 한지 벽지다. 윤경희 기자

신발 뒤쪽으로 보이는 벽지가 트왈 드 주이 패턴의 한지 벽지다. 윤경희 기자

카페 디올. [사진 디올]

카페 디올. [사진 디올]

관전 포인트4 ㅣ 제품 컨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디올 성수는 '컨셉 스토어'라는 이름에 맞게 다른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이 많다. 내부는 최신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중심부(※지금은 4월 30일에 있었던 컬렉션 쇼의 제품들이 스케이트보드장 컨셉으로 선보이는 중이다)와 가방, 파자마&스카프, 신발 등 제품 종류에 따라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이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미니백과 북토트백 공간. 색깔별로 수십종의 미니백이 붙어있는 미니백 존은 방문객마다 한참을 그 앞에 머물 정도로 시선을 잡아끈다. 북토트백 역시 그동안 출시된 수십 종의 백이 전시돼 있는데, 중앙 디자인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이니셜을 가상으로 넣어볼 수 있다.

북토트 백의 공간. 전시된 가방 중 하나에 트왈 드 주이 패턴이 새겨져 있다. 윤경희 기자

북토트 백의 공간. 전시된 가방 중 하나에 트왈 드 주이 패턴이 새겨져 있다. 윤경희 기자

중앙에 있는 대형 디지털 패드를 통해 가방에 넣을 이니셜을 가상으로 작업해 볼 수 있다. 윤경희 기자

중앙에 있는 대형 디지털 패드를 통해 가방에 넣을 이니셜을 가상으로 작업해 볼 수 있다. 윤경희 기자

미니백들로 가득 찬 공간. 이곳이 컨셉 스토어임을 제대로 보여준다. 윤경희 기자

미니백들로 가득 찬 공간. 이곳이 컨셉 스토어임을 제대로 보여준다. 윤경희 기자

디올 성수, 어떻게 가지
디올 성수엔 매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배회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오픈 초기 앱을 통한 사전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예약 시스템이 오픈하자마자 바로 마감됐기 때문에 일반 명품 매장처럼 쉽게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예약 시스템이 바뀌었다. 앱을 통한 방문 예약은 주중에만 진행되고, 주말엔 사전예약 없이 매장을 찾아가면 예약 없이도 입장할 수 있다. 주중에도 현장에서 직접 입장을 요청하면 방문할 수 있다. 단 매장 내 인원을 제한해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여느 백화점이나 매장의 입장 시스템과 같은 방식이다. 단 매장문을 열기 전인 오전 11시에 열리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카페 디올은 사전 예약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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