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위기 태풍에 들어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한 말이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승리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질문에 “여러분은 지금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못 느끼나.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시ㆍ도지사 간담회 개최 여부에 대해 “이번에 선출되신 분들 취임하고, 각자 시ㆍ도 현안과 재정 상황 등을 점검한 후에 만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답했다. 별도로 윤 대통령은 다음 주에 6ㆍ1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태풍에 들어와 있다”는 이날 발언 처럼 윤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치솟기 시작한 기름값과 코로나 19로 망가진 공급망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최고치인 5.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6월과 7월에도 5%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성장률은 2%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업이 뛰려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확고하다”며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법률 개정 없더라도 즉시 할 수 있는 규제 철폐는 가급적 빨리 시행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게 곧 복지로 이어진다는 게 윤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선 법령과 관계없는 행정지도 같은 것을 통한 그림자 규제를 확실하게 개선하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것 중에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우리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부와는 별도로, 대통령실 차원에선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당장 조치할 수 있는 규제 목록을 취합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엔 미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폴 월포위츠 전 국제부흥개발은행 총재,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등 미국의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ㆍ강화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익에도 정확하게 부합한다”며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토대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ㆍ미 관계를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이러한 한ㆍ미 동맹의 비전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장시간 대화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한ㆍ미 동맹 발전상이 아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월포위츠 전 총재 등은 아산정책연구원과 주한 미 대사관이 개최한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이날 접견에는 주최 측의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 이사장도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