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낮엔 백두대간 하늘 날고, 밤엔 ‘바이든 와인’ 맛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경북 문경이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떠올랐다. 2020년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가 비행하는 모습이 나온 뒤 이용객이 폭증했다. 단산 자락 866m 활공장에서 비행하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경북 문경이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떠올랐다. 2020년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가 비행하는 모습이 나온 뒤 이용객이 폭증했다. 단산 자락 866m 활공장에서 비행하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일상을 회복하면서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때는 감염 우려가 적은 야외로 나가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여행’을 선호했다. 사람과 부대끼고 오감을 활용해 만지고 맛보는 걸 위험한 행동으로 여겼다. 지금은 다르다. 다채로운 체험 여행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5월 25~26일 찾았던 경북 문경이 그랬다. 패러글라이딩 같은 레저뿐 아니라 양조장 투어, 도자기 만들기 같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시속 3㎞ 느릿느릿 모노레일

문경 여행의 필수 코스로 떠오른 단산 모노레일. 시속 3~4㎞로 느릿느릿 산을 오르내린다. 단산 정상에 도착하면 드라마틱한 풍광을 볼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중장년층 이용객이 많다.

문경 여행의 필수 코스로 떠오른 단산 모노레일. 시속 3~4㎞로 느릿느릿 산을 오르내린다. 단산 정상에 도착하면 드라마틱한 풍광을 볼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중장년층 이용객이 많다.

문경 하면 600년 역사의 고개 ‘문경새재’부터 떠오른다. 최근에는 단산(956m)이 새재의 명성을 넘본다. 2020년 9월 운행을 시작한 모노레일 덕분이다. 지난해 약 10만 명이 이용했고,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타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모노레일은 시속 3~4㎞로 운행한다. 따분할 수 있지만, 정상에 오르면 잠이 번쩍 깬다. 360도 뻥 뚫린 풍광이 압도적이다.

충북 단양이나 경기도 양평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했지만, 요즘 문경의 명성도 만만치 않다. 2020년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아이유가 문경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한 뒤로 이용객이 폭증했다. 활공장이 해발 866m에 있어 단양이나 양평보다 높고 국제대회 개최지답게 ‘바람의 질’이 좋기로 소문났다.

5월 25일 트럭을 타고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패러글라이딩은 고난도 레저이지만 체험은 어렵지 않다. 자격증이 없는 체험객은 강사에게 모든 걸 맡긴 채 공중에서 풍광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10m쯤 도움닫기를 한 뒤 날아올랐다. 몸이 붕 뜬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해발 1000m까지 고도를 높인 뒤 파도치는 산세를 굽어봤다. 4D 영화처럼 백두대간이 살아서 꿈틀대는 듯했다.

서울 특급호텔도 찾는 오미자 와인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만든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만든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문경에서는 산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다. 문경의 특산물과 유서 깊은 문화를 활용한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만든 양조장 ‘오미나라’가 대표적이다. 오미나라 이종기(67) 대표는 평생 술과 함께했다. 1980년 오비맥주 입사 후 씨그램, 디아지오코리아를 거치며 맥주·위스키·와인·전통주를 두루 섭렵했다. 윈저17·골든 블루 등 숱한 유명 술을 만든 그는 2006년 독립했다. ‘국산 재료와 기술로 세계적 명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에서였다. 그리고 연고도 없던 문경에 자리를 잡았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오미자 때문이었다.

“색다른 과실 와인으로 오미자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숱한 시행착오 끝에 2011년 서울에서 오미자 와인을 선보였고 애주가 사이에서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났습니다.”

오미나라 양조장 앞에 전시된 스코틀랜드산 증류기.

오미나라 양조장 앞에 전시된 스코틀랜드산 증류기.

오미나라 와인은 서울신라호텔 라연, 시그니엘 호텔 비채나 등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결’은 최근 한·미정상회담 건배주로 쓰인 뒤 주문이 폭주해 7월 초까지 재고분이 동났단다.

양조장 투어를 신청하면 오미자 와인의 탄생과정을 듣고 시음도 할 수 있다. 양조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라벨을 만들고 직접 병에 와인을 담는 체험이 이어진다.

무형문화재에게 배우는 도예

한국다완박물관 김선식 관장이 다완을 설명하는 모습.

한국다완박물관 김선식 관장이 다완을 설명하는 모습.

오미자 말고 문경의 명물이 또 있다. 찻사발. 경기도 광주, 이천 등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가 많은데 문경은 찻사발, 즉 다완(茶碗)의 역사가 깊고 저변이 넓다. 현재 문경에는 도자기를 굽는 50여 개 ‘요(窯)’가 있다. 관음요 김선식(52) 도예가는 2019년 도예 체험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다완박물관’을 열었다. 관음요는 8대째 이어왔고 김 관장은 2019년 제32호 경북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박물관에서는 고가의 명품 다완도 구경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고가의 명품 다완도 구경할 수 있다.

도예 체험은 어렵지 않다. 미리 구워둔 사발에 ‘세라믹 펜슬’로 문양을 새기기만 하면 된다. 체험객이 완성한 사발은 유약을 발라 장작 가마에서 구워 25일 후에 집으로 보내준다. 김 관장은 “도자기 체험이라면 물레질을 생각하지만 물레는 전문가도 다루기 어려운 기구”라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소장하는 차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찻사발 감상법을 배우고 1000여 점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흥미롭다. 기라성 같은 도예가들이 만든 명작을 볼 수 있다. 사발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 작품도 있다. 김 관장은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찻사발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경북 문경 체험여행

경북 문경 체험여행

단산 모노레일은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한다. 어른 편도 8000원, 왕복 1만4000원. 이달 11일, 25일에는 모노레일도 타고 걷기여행도 즐기는 ‘트레킹 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유교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활공랜드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12만원이다. 사진과 영상 촬영은 추가 비용을 받는다. 각 2만원. 오미나라 3종 와인 시음은 1만원, ‘나만의 병 만들기’는 3만원이다. 온라인 몰 ‘29cm’에서 2시간짜리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도 된다. 4만5000원. 한국다완박물관 도예 체험은 ‘관음요’ 홈페이지에서 예약한다. 체험비는 다완 크기에 따라 2만5000원부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