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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잠룡 성적표는…오세훈·김동연 떴고, 안철수 무난, 이재명 낙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치인의 운명은 선거를 거치며 도약하거나 뒤틀린다. 이번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투표함이 모두 열린 뒤 차기 대선 주자들의 운명이 요동쳤다. 누군가는 차기 대선에 좀 더 가까워졌고, 누군가는 먼 길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서 윤석열은 14곳 우세했는데 오세훈은 25곳 우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서울시장에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여권에서 차기 대선에 가장 근접한 인사가 됐다. 19.8%포인트 차의 압도적 승리를 통해 얻은 ‘최초 4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은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25개 구와 424개 행정동 모두에서 오 시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앞섰다는 점은 오 시장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의 당선은 그가 자신의 승리뿐 아니라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캠프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국민의힘 후보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구청장에 당선했다.

구청장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14개 구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엔 그보다 더 큰 승리를 거둔 건데 윤 대통령의 높아진 인기도 이유지만, 오 시장의 개인기가 발휘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10년간 정치적 암흑기를 보냈으나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국민의힘 에선 “오 시장이 1년새 두 차례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여권 차기 그룹에선 당분간 독보적 위상을 차지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경기 수원시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 체면 살린 김동연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고 격전지였던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단숨에 정치적 체급을 크게 끌어 올렸다. 개표 초반 민주당이 호남 3곳과 제주를 제외하고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김 당선인이 민주당의 마지막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야권에서 잠재적 대선 주자군으로 평가받는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가 모두 낙선한 가운데 거둔 승리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자치단체의 수장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김 당선인은 자연스럽게 야권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식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 됐다는 점에서 그가 차기 대선 행보를 서두를 것 같진 않다. 김 당선인은 선거 전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권 도전에 나설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전당대회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압도적 승리한 안철수, 임팩트는 아직…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제공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제공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안철수 의원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안 의원은 25.01%포인트 차 큰 승리를 거두며 3선 의원으로 5년 만에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대선 후보였던 정치인의 무게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으며 키워온 윤석열 정부에서 입지 등이 압도적 승리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선 경기 선거에서 그강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를 전폭적으로 도왔지만 결국 당선엔 이르지 못했다. 경기에서 선거를 도왔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이 대선 주자급이긴 하지만 경기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라 득표율을 높이는 효과는 적었다”고 평했다. 향후 국민의힘에서 당권도전 여부 등이 그의 정치적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분당 서현2동 행정복지센터 부근에서 유세 차를 타고 감사 인사를 하며 이동하다가 실신했다. 안 의원 측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은 이겼지만, 인천·전국 모두 진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일 인천시 계양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히기 앞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일 인천시 계양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히기 앞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민주당 이재명 의원에 대해선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 겨우 10.49%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것은 초라한 성적표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계양을 선거뿐 아니라 인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민주당 선거를 도왔지만, 인천 선거는 결국 패배했다. 인천시장직은 국민의힘에게 돌아갔고, 구청장 선거도 민주당이 승리한 곳은 10곳 중 2곳뿐이었다. 또 이 의원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 전체 선거를 이끌었지만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게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당권을 둘러싸고 친이(친이재명) 세력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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