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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교육감 '미스매치' 8곳…지자체 vs 교육청 갈등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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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번 지방선거 결과 17개 시·도 중 8곳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미스매치'가 발생했다. 서울·인천·울산·세종·충남·경남 등 6곳은 보수 정당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가 당선됐지만 교육감은 진보 성향이다. 반대로 경기와 제주는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나온 반면 교육감은 보수가 선택됐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각종 예산과 사업에서 서로 얽힐 수 밖에 없어 자칫 갈등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장은 보수, 교육감은 진보…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는데도 많은 지역 유권자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현직이 가진 인지도의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정치 중립을 표방하는 교육감 후보는 정당 소속이 아니라 개인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교육감이 유리하다. 애초에 14명의 진보 교육감 중 10명이 재출마한 만큼, 처음부터 진보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현직 프리미엄은 건재했다. 보수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광주·전북·전남을 제외하면 진보 교육감 배출 6개 지역(서울·인천·울산·세종·충남·경남)의 당선자 전원이 현직 교육감이다. 서울·세종·충남은 보수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해 지지층이 분산된 데 따른 반사이익도 누렸다.

 3선에 도전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2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후보자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선에 도전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2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후보자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진보의 선전 원인을 현직 프리미엄에서 찾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현직 진보 교육감의 프리미엄이 그대로 이어졌고 보수가 단일화를 하지 못해 어부지리로 당선된 경우도 있어 교육감은 상대적으로 진보 당선자가 많았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정당 공천이 가능한 지자체장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가 단일화를 주도하는데 보수 진영에서는 전교조에 필적할 조직이 없다"고 했다.

"교육청이 더 내야" vs "협력 근간 흔들어" 대립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미스매치는 협력보다는 갈등 구도를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지난해 보궐선거로 시장이 바뀐 서울이 대표적 사례다. 오세훈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형 혁신 교육 지구 예산을 두고 대립했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예산을 나눠 부담하는데, 서울시가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면서다. 당시 서울시는 "교육 관련 사업은 교육청에서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서울교육청은 "서울시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협력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는 조 교육감과 친분이 깊어 협력이 순조로웠지만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로는 시와 교육청 사이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조 교육감은 2일 오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열린 태도로 갈등하고, 열린 태도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학부모들이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학부모들이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지자체와 교육청이 예산을 분담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신입생 입학 준비금 지원 사업 등에서도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 송 교수는 "예산 부담 비율을 둘러싼 시장과 교육감 간 갈등은 물론이고 시의회와 마찰도 생길 것"이라며 "특히 서울의 경우 시의회와 시장이 모두 보수로 바뀌었기 때문에 교육감 정책이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교육 수요자가 겪을 변화도 적지 않다. 교육감의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뀐 부산· 경기·강원·충북·제주 등 5개 지역에서 특히 변화의 체감 폭이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 교수는 "학력 부진과 시험 금지 등으로 비판을 받은 진보 교육감 중 상당수가 보수 교육감으로 교체되면서 다시 수월성 교육과 교육 수요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초등학교 시험 부활을 비롯해 학부모와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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