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
대개 축농증을 코에 국한된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축농증의 원인이 치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축농증은 ‘부비동염’의 다른 말로 코 주변에 있는 동굴인 부비동(Paranasal sinus)에 염증이 생긴 것을 뜻합니다. 부비동은 공기로 가득 차 있는 공간으로 코와 통해 있어 공기가 드나들며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고 점액이 배출되며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거릅니다.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고 입구가 막히게 되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을 부비동염이라고 합니다. 부비동염의 유발요인에는 비염, 감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치아 문제로 인해 생기는 치성 부비동염(Odontogenic sinusitis)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왜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부비동염이 생길까요? 해부학적 구조를 알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치성 부비동염이 주로 발생하는 상악동은 코 양옆에 위치하는 부비동입니다. 위턱에 있는 어금니 뿌리는 상악동과 매우 가깝게 붙어있어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상악동막을 뚫고 안쪽까지 퍼져 부비동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충치나 치주질환, 발치, 임플란트 시술 등이 치성 부비동염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노화로 치아가 빠지면 치조골이 얇아지기 때문에 임플란트 같은 침습적 치과 시술을 시행할 경우 상악동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치성 부비동염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코막힘, 후비루, 안면 압박감이나 후각 저하와 같은 일반적인 부비동염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에 더해 치아의 염증으로 인한 치통 및 악취를 호소할 수 있으나 치과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고 다른 코 증상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증상만으로 감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단하기 위해서 먼저 문진을 통해 환자의 증상이 어떠한지 치과 치료 등을 받은 병력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그다음 내시경을 이용해 코안을 자세히 살펴서 부비동염 소견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코뿐만 아니라 구강검진을 시행하여서 충치나 잇몸 부종 등이 있는지 관찰하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영상 검사는 부비동염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그중 가장 유용한 수단이 부비동 전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입니다. CT 검사를 통해 상악동염의 유무를 판단하고 치아 질환이 동반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성 부비동염의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부비동염뿐만 아니라 치과적 원인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비동염은 약물치료만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비동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시경 수술을 통해 부비동의 입구를 넓게 열어주고 염증조직, 이물 등을 제거하는 수술로 수술 후 부비동의 기능이 회복되면 환자의 증상이 호전됩니다. 여기에 더해 치과적 원인을 치과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상태에 따라서 발치나 임플란트 제거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증가하는 임플란트 시술은 부비동염이 이미 있던 환자에게 시행될 경우 기존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임플란트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과에서는 임플란트 시술 전 방사선 촬영하여 상악동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여기서 부비동염이 의심될 경우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부비동염 수술을 하게 된다면 수술 3~6개월 후에 부비동 점막이 충분히 회복되었을 때 임플란트 시술을 받도록 권유합니다. 부비동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채 임플란트 시술을 할 경우 나중에 어렵게 시술한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부비동염이 없던 환자도 윗니 임플란트 시술 후에 부비동염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플란트 시술 후 코막힘이 생기거나,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거나, 코에서 냄새가 난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성 부비동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치아 위생을 유지하여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임플란트 시술 전 검사에서 부비동염이 의심된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먼저 보아 문제의 씨앗을 제거하도록 합니다.
왼쪽 사진 : 우측 어금니 발치한 부위로 상악동 결손(노란색 화살표) 이 생겨 발생한 우측 치성 부비동염
오른쪽 사진 : 임플란트 치근 (노란색 화살표) 주위로 발생한 치근주위염과 좌측 치성 부비동염
왼쪽 사진/ 부비동 수술 전 내시경 소견: 상악동 입구 주위 점막 부종과 흘러나오는 하얀 농성 분비물이 관찰됨.
오른쪽 사진/ 부비동 수술 후 내시경 소견(오른쪽): 상악동 입구를 넓게 확장하였음. 부비동 점막은 건강하게 회복되고 농성 분비물은 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