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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에 한샘 인테리어, 기본 옵션 되나…공동사업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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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샘이 롯데그룹과 본격적인 사업협력에 나선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과 1위 유통그룹 간 시너지를 통해 양쪽 모두에 득이 되는 ‘윈-윈(win-win)’을 노리려는 전략이다.

닻 올린 공동사업 협의체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한샘은 최근 사업별 협의체 15개를 만들어 공동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가 한샘에 전격 투자한 뒤 이뤄지는 첫 협업 움직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한샘은 올 초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거주와 관련한 리빙분야를 강화하려던 롯데그룹은 IMM이 한샘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3095억원을 투자하면서 가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KLPGA롯데오픈 스폰서 참여가 신호탄   

2일부터 열리는 KLPGA 롯데오픈에 한샘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은 두 회사 협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샘이 그간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롯데와 본격적인 협업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한샘은 이번 롯데오픈에 브랜드 광고와 경품 협찬, 고객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비중 있는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이 한샘 사옥. [사진 한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이 한샘 사옥. [사진 한샘]

협의체에는 한샘과 롯데그룹 계열사 10여 곳이 참가하고 있다. 협의체 관계자는 “현재 월 1회 정기회의와 사업·안건에 따른 수시 회의를 열고 기존 매장 간 단기 협력부터 공동출점, 신사업 기획 등 1~2년의 시간이 필요한 중기 협력사업까지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멤버십 등 각 사의 온라인 채널에서 어떻게 협업을 확대할지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롯데 아파트에 한샘 주방 들어서나 

오프라인에선 이미 협업이 활발하다.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몰, 롯데마트 등에 총 15개의 한샘 대형 매장이 들어서 있다. 협의체에선 여기에 더해 롯데백화점에 ‘한샘넥서스’의 고급 해외수입 가구 매장을 열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 한샘 최초로 매장을 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 분야에서도 ‘롯데온’과 ‘한샘몰’에 리빙과 가구 상품을 상호 입점하고, 롯데멤버십을 활용해 고객망 등 통합 데이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부산에 위치한 리빙전문관 ‘롯데 메종 동부산’에 문을 연 ‘한샘디자인파크’ 모습. [사진 한샘]

지난해 부산에 위치한 리빙전문관 ‘롯데 메종 동부산’에 문을 연 ‘한샘디자인파크’ 모습. [사진 한샘]

특히 협의체에는 롯데의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건설·물류·렌탈·호텔 등 비유통 계열사도 다수 참여해 있다. 앞으로 건설·관광·서비스 등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사업에서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롯데호텔 객실에 한샘 인테리어 가구를 설치하거나 롯데캐슬 아파트에 한샘 주방 가구를 넣을 수 있다. 한샘의 침대 매트리스를 롯데렌탈을 통해 판매할 수도 있다.

단기침체 속 디지털·신사업 박차

한샘의 최근 실적은 좋지 못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25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60% 이상 줄었다. 각종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테리어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매매거래가 감소하고, 목재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게 큰 원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세재개편 등이 본격 실행될 경우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 등 주택 거래량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샘은 부정적인 대외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김진태 한샘 대표가 중장기전략으로 밝힌 ▶디지털 전환 ▶시공 프로세스 혁신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 등이 대표적인 숙제다. 롯데와의 협업도 이런 혁신작업의 일환이다.

‘1등 시너지’ 속도에 달렸다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테리어를 포함한 국내 홈리모델링 시장은 2018년 14조원에서 지난해 18조원으로 커졌다. 오는 2026년엔 2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평균 7%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롯데가 한샘에 투자한 것도 가구·인테리어 산업이 성장성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 인테리어가 주는 가치에 눈을 떴다”며 “시장의 부침은 있겠지만 리빙분야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에서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방의 22%, 욕실의 24%, 창호의 70%가 브랜드 제품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주요 품목별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기업 위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리빙시장이 인테리어·리모델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롯데와 한샘의 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시화할 경우 각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두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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