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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원자재·식량 다 올랐다…역대급 수출에도 또 무역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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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수출액이 신기록을 고쳐 썼지만, 무역수지는 또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공급망 차질에 에너지는 물론 원자재·식량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더 큰 수입액 증가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이런 추세면 올해 전체 무역수지도 적자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 넘긴 수입 신기록, 무역수지는 또 ‘적자’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시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입 동향’에서, 지난달 수출액(615억2000만 달러)은 지난해 5월과 비교해 21.3%, 수입액(632억2000만 달러)은 3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지난달 무역수지(-17억1000만 달러)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원래 잠정 집계에서는 3월 무역수지도 적자였지만, 최근 관세청 최종 집계에서 소폭 흑자로 바뀌면서 연속 적자 기간은 2개월로 줄었다.

월별 수입액 및 수입액 증가율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월별 수입액 및 수입액 증가율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수출액과 수입액 모두 5월 기준 역대 최고액이면서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번째로 많다. 특히 수입액은 지난해 12월 처음 월간 기준 6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올해 2월을 제외하고는 모든 달이 600억 달러를 넘었다.

원유·가스에 이어 석탄까지 올라

3대 에너지 수입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3대 에너지 수입액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수입액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공급망 차질로 인해 에너지는 물론 원자재와 농산물까지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한 에너지 가격 오름세는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탄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다. 석탄은 원유·가스 가격이 오르면 이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저가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석탄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일부 국가가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격 오름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달 호주탄 가격은 평균 t당 404.77 달러로 지난해 5월(106.02 달러/t)과 비교해 281% 올랐다. 같은 달 한국 석탄 수입액(27억8000만 달러)도 월간 기준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원유와 가스를 포함한 지난달 3대 에너지원 수입액(147억5000만 달러)도 1년 전과 비교해 67.6% 급증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과거 ‘오일쇼크’ 때는 원유 가격만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석탄 가격까지 뛰면서 모든 에너지원 가격이 오르는 ‘에너지 쇼크’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원자재·식량 수입액도 급증

에너지뿐 아니라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알루미늄괴 수입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0.2%, 구리광은 25.7% 치솟았다. 모두 산업 생산에 많이 쓰이는 주요 원자재다. 중간재에 속하는 반도체(28.0%)와 철강제품(51.2%)의 지난달 수입액도 지난해 5월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주요 곡창지대의 공급 차질과 식량 보호주의 확산에 농산물 수입액도 급격히 늘었다.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출국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북미와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중국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 정책에 파종 시기를 놓쳐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농산물 수입액(24억2000만 달러)은 3개월 연속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출도 가격효과, 중국 경기 침체 우려도

지난달 주요 수출 품목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주요 수출 품목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그나마 수출은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수출은 금액 기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8.1% 증가에 그쳤다. 수출액이 판매량 증가보다는 판매 제품의 단가 상승 영향을 더 받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실제 반도체를 빼고 지난달 역대 처음 수출액 60억 달러를 돌파한 석유제품(64억1000만 달러)과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석유화학(51억8000만 달러)·철강(36억6000만 달러) 같은 주요 수출품은 모두 단가 상승이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출도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정부의 강도 높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1년 전보다 1.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최근 봉쇄 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근본적으로 잡히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 증가세를 이끄는 미국·유럽연합 등 주요 수출 시장도 높은 물가 상승세와 강도 높은 금융 긴축 정책에 언제든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중국(4.8%→4.4%)·미국(4.0%→3.7%)·유로존(3.9%→2.8%)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전망보다 낮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수입액 급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이 문제가 해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분간은 무역적자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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