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쌍욕' 울려퍼졌다…평산마을 10명 병원 보낸 그들

중앙일보

입력 2022.05.30 14:15

업데이트 2022.05.30 19:24

주민 10여명, 집회 후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관계자가 최근 경찰에 고소 절차와 관련한 문의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저 앞 집회와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저에 입주한 직후부터 고성과 욕설이 담긴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어서다.

30일 경찰과 평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한 후 20일 동안 6~7개의 보수 성향 단체가 번갈아가며 거의 매일 마을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짧게는 오는 6월 1일, 길게는 11일까지 집회 신고가 돼 있어 언제든 평산마을에서 집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보수단체가 문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보수단체가 문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한 보수단체의 회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SNS 다 끊고 평범한 노인으로 살면 (평산마을에) 안 오겠다”고 말했고, 다른 보수단체의 회원은 집회 현장에서 “문재인 감방 갈 때까지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욕설 집회’…주민 “손주 따라해 경악”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집회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고성과 함께 욕설을 하고 있다. 집회 관련 영상이나 마을 주민들 얘기를 종합하면 “문죄인 개XX”, “(신체 일부를) 찢어줄까”, “너는 사이코패스 새X야”, “욕하지 말라고? 수박씨 발라 X먹은 사람아. 이건 해도 되죠?” 등 원색적인 발언도 쏟아진다.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 성향 단체 집회 및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 성향 단체 집회 및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평산마을 주민 A씨(60대)는 “집회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며 “‘개XX’는 양반이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때문에 집회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욕설만 머리에 맴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손주가 왔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욕설을 따라해 경악했다”며 말했다.

고성과 욕설이 반복되자 70·80대 고령의 마을주민 10여명은 불면증,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른 마을주민은 “도회지도 아니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노인들이 안 아플 수가 있나”고 한탄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한 단체 회원의 차량에 문 전 대통령 시위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담긴 현수막(사진 왼쪽)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한 단체 회원의 차량에 문 전 대통령 시위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담긴 현수막(사진 왼쪽)이 걸려 있다. 뉴스1

사저 관계자 “욕설 관련 처벌 어떻냐” 물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주 초쯤 문 전 대통령의 사저 관계자는 경찰에 사저 앞 집회 관련 고소 절차와 욕설 관련 처벌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따라 평산마을 안팎에선 “보수 성향의 단체 또는 회원을 상대로 문 전 대통령 측이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문 전 대통령 측이 사저 앞 집회 관련해 법적 대응 등을 시사한 바는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反)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양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딸인 다혜씨는 지난 28일 트위터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며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 이제 부모님을 내가 지킬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15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연합뉴스

지난15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글. 연합뉴스

지지단체는 집회 반대 서명운동 

‘문재인 공식 팬카페(문팬)’ 등 지지단체는 사저 앞 집회 반대 집회를 하기도 했다. 문팬 등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평산마을 사저 앞 집회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전직 대통령 사저 앞 100m 이내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저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저 앞 집회 고소 검토 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알릴 일이 있으면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문 전 대통령 비판 단체 시위로 인한 피해에 주민생활권 보장 호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 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문 전 대통령 비판 단체 시위로 인한 피해에 주민생활권 보장 호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경찰 “확성기 사용 제한 단계적 검토”

이와 관련, 경찰은 평산마을 집회에 대한 확성기 사용 제한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다. 마을주민들이 집회 과정에서 나오는 고성·욕설에 대한 고통을 민원·탄원 등으로 제기하고 있어서다. 집시법상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平穩)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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