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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청 16조 돈벼락, 교육교부금 개선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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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호 30면

학생 수 계속 주는데 내국세의 20.79% 고정

예산 소진하려 뜬금없이 현금·노트북 지급

학생 수 따라 비율 조정, 지방재정 통합해야

17개 시·도 교육청에 갑자기 ‘돈벼락’이 떨어졌다. 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예산이 11조원가량 늘면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자동 책정된다. 올해 추가 세수가 53조원으로 잡히면서 예상치 못한 증액분이 생겼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지난해 쓰고 남은 예산(세계잉여금) 5조원을 교육청에 교부했다. 교육교부금과 합치면 총 16조원의 돈이 한 달 사이 추가 편성된 것이다. 올해 본예산을 짤 때만 해도 65조원이었던 교육청 예산은 갑자기 81조원으로 불었다.

지난해 교육교부금이 6조원 추가 배정됐을 때도 현장에선 갑자기 불어난 추가 예산을 소진하느라 난리였다. 인천에선 신입 중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느라 300억원을, 서울은 태블릿PC 지급에 600억원을 썼다. 경북·울산 등은 코로나19 지원 명분으로 10만~30만원씩 현금을 뿌렸다. 멀쩡한 과학실을 1년 만에 뜯어고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훨씬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교육감 선거 탓에 시간도 촉박하다. 새 교육감이 신속히 계획을 세운다 해도 8월은 지나야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곧바로 의회 승인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불과 몇 개월 만에 16조원을 써야 한다. 예산 낭비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교육교부금의 경직성 때문이다. 1972년 제도 도입 당시엔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교육투자는 국가 발전전략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교육교부금 비율은 시행 첫해(11.8%)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1970년 100만명을 넘긴 연간 출생아 수는 2020년 30만명으로 급감했다.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13년 625만원에서 올해 1528만원으로 2.5배 뛰었다(국회 예산정책처).

과거 콩나물시루 같은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한 것은 옳았다. 그 덕분에 현재 교육환경은 선진국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2019년 기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초등학교(16.6명)는 OECD 평균(14.5명)보다 많지만, 중·고교(13명, 11.4명)는 평균(13.1명, 13명)보다 적다. 교육여건이 그만큼 우수하단 뜻이다.

그러나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있어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예산 낭비를 부추긴다. 학생 수 급감이란 현실도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20년 546만명에서 2060년 302만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2060년 164조억원으로 불어 과잉 지출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지난 1월 KDI는 성장률과 학생 수를 고려해 교육교부금을 산정하자고 제안했다. 국가재정과 교육수요 변화를 능동적으로 반영하자는 취지다. 마침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재정수요와 무관하게 내국세에 연동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을 통합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방재정(광역 시·도)과 지방교육재정(교육청)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교육자치는 존중하되, 예산은 각 지역의 여건에 따라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하면 유연성이 커진다.

교육교부금과 교육세 일부를 대학에 쓰는 방안도 있다. 국내 1인당 공교육비는 대학(1만1290달러)이 오히려 초등학교(1만2535달러)보다 적다. OECD 평균(대학 1만7065달러, 초등학교 9550달러)과 정반대다.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초·중등과 고등 교육이 골고루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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